삼성의 창업주 이병철은 1938년 대구에 '삼성상회'를 열었다. '삼성'의 출발이었다. 이후 제일모직 등 대구는 창업기 삼성의 발판과도 같은, 오늘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삼성'이 대구를 대하는 스탠스를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삼성은 창업주의 아들 이건희 회장이 경영하면서 언제부턴가 대구를 애써 외면하는 느낌마저 든다. 대구시가 옛 삼성상회 기념터를 만들고, 대구오페라하우스 앞에 이병철 동상까지 만들며 '삼성의 고향'에 투자를 구원했지만, 삼성은 대구를 비켜갔다.
일부 고위직 임원들은 "대구에 투자할 곳이 어디 있느냐?", "프로야구단에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투자하냐?"는 등 오히려 대구의 자존심을 할퀴는 듯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삼성은 기업논리에서 대구에 뭔가를 해 줄 이유도, 명분도, 실익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삼성은 '갑', 대구는 '을'
최근 수십년 동안 대구는 삼성에 변함없는 러브콜을 보냈지만 냉랭한 응답 또는 마지못해 찔끔 해주는 정도'의 느낌이다. 대구 삼성 창조경제단지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건설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확인하게 됐다.
이름만 봐도 그렇다. '대구 삼성 창조경제단지'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대구'가 앞에 붙기는 하지만 '삼성'을 앞세우는 네이밍(Naming)이다. '대구'는 그저 지명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금액을 봐도 대기업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찔끔'이다. 삼성전자는 2년 전,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는 건국 이래 최대의 투자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립을 목표로 2017년까지 1단계로 15조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경기도'평택시와 협약했다.
이에 비하면 옛 제일모직 터에 조성중인 대구 삼성 창조경제단지 조성비용 900억 원은 코딱지만한 투자 밖에 되지 않는다. 올 연말 완공 예정인데 생색은 있는 대로 다냈다. 주도적인 운영권도 삼성이 쥐고 있다. 미래 유망산업을 키우기 위한 공간이지만 삼성 임직원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900억 원짜리 프로젝트가 과연 대구경제를 살리는 창조경제 단지가 될지, 자칫 삼성 브랜드만 살리는 단지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삼성라이온즈 파크'를 건설 과정을 보면 머리에 뚜껑이 열릴 정도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의 모기업인 삼성은 새 야구장 총 건설비 1천 6백여 억원 가운데 50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향후 25년 동안 야구장 운영권을 보장받아 야구장 내 광고수익만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벌수 있게 됐다. 시민야구장을 대체할 대구의 야구장을 지으면서 실속을 챙기는 삼성을 보자면 참 '기업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시는 이런 사정도 몰랐는지, 알고도 도장을 찍었다면 '어째 삼성 좋은 일만 시키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어쨌든 야구장 시설은 좋아졌지만 수십년째 삼성만 응원해 온 대구 홈 팬에게 돌아온 건 '4천원짜리 핫도그'(비싼 임대료 탓) 날벼락이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대구의 새 야구장은 '삼성의 돈벌이 장소'로 전락해 버렸다.
◆삼성라이온즈 '얼렁뚱땅'
정규리그 5연패, 코리안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명문 야구단 삼성라이온즈가 올 시즌 초반 휘청거리고 있다. '변비 야구'라는 조롱섞인 얘기까지 들으며, 승률 5할도 되지 않는 성적(12승15패, 10개 구단 중 7위)으로 시즌 초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규리그 6연패의 꿈도 물건너가는 모양세다.
구단 운영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시즌 코리안시리즈를 앞두고, 삼성은 전'현직 투수 빅4(오승환'임창용'안지만'윤성환)의 해외 원정 도박파문에 휩싸였다. 하지만 적절한 대처도, 구단 차원의 명확한 메시지도 없이 임창용은 임의방출했고, 안지만'윤성환은 은근슬쩍 엔트리에 넣어 시즌을 시작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 '쌍권총'(권오준과 함께 막강 불펜) 권혁, '야구장의 개그맨' 박석민 등 대구를 대표할만한 상징적인 선수들도 미련없이 타 구단에 보낸 것도 삼성 홈팬들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이 지역 연고에 대한 애정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연봉을 더 주더라도 이 선수들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야통'(야구 대통령) 류중일 감독과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팬 서비스도 아쉽다. 스타의 진면목은 위기일 때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류 감독은 지난달 23일 삼성이 KT에게 13대3으로 패한 날 밤, 지인들과 함께 형이 운영하는 한 식당을 찾았다. 류 감독의 형은 옆 테이블의 팬들에게 잠시 인사만 하시라고 부탁했지만, 류 감독은 "그럴 기분 아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승엽 선수는 최근 지역 연고의 한 순수 기부단체에서 싸인 배트와 스타기부 동영상 촬영협조를 부탁했지만, "내가 잘 모르는 단체고, 오히려 시즌 중에 방해가 된다"며 단칼에 잘라버렸다. 이승엽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시절, 기자가 '신년 메시지' 전화 인터뷰 요청에 이 선수는 '발신자 제한표시'로 전화를 걸어왔다.
경기 스케쥴 관리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을 이해하지만 '국민타자'에 걸맞는 팬서비스와 스킨쉽이 아쉬운 대목이다.
※만평 형식의 이 코너는 한 주간에 대한민국 또는 대구경북을 뜨겁게 달군 핫이슈를 해학적으로 풀거나, 통찰력있게 뒤집어 봄으로써 가벼운 통쾌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특정인을 악의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