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젠 축제를 즐기자

입력 2016-05-04 19:33:21

지난 2월 싱가포르 칭게이 퍼레이드를 참관했다.

싱가포르의 민족 화합을 위해 시작해 이제는 세계적으로 관광객들을 모으는 싱가포르 최대의 대표적인 거리 축제가 됐다. 전통 음력설에 마을 단위로 참가하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거리 퍼레이드로 발전했다. 사자춤과 용춤 등 LED 조명을 활용한 야간 퍼레이드가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약 5만~6만 명이 관람하는 축제여서 혼잡을 예상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교통이 막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행사장 인근 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 행사 차량만 오갈 뿐이었다. 관람객 대부분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불편을 단순히 불편으로 여기지 않고 축제를 위한 하나의 장치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5월 7일(토)과 8일(일) 대구에서는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 대구의 심장로인 국채보상로에서 열린다. 따라서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서성네거리~종각네거리 1.6㎞ 구간의 교통이 전면통제된다. 이에 따라 시내버스 21개 노선이 우회하고, 급행버스 4개 노선은 연장운행하며, 도시철도는 증편운행하게 된다. 또 승용차 시민자율 2부제를 실시한다.

대구국제마라톤 등 국제행사 때마다 일시적으로 교통이 통제되기는 했지만, 국채보상로가 이틀간 전면 통제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교통 불편이 예상되지만, 시민들에게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대규모 퍼레이드를 선보이겠다는 대구시의 의지가 담겨 있다.

대구시는 축제와 관련한 교통 대책 마련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두 달 전부터 교통대책TF팀을 구성해 특별교통대책 수립에 돌입했다. 축제 기간 이틀간 5천여 명의 인력이 교통 안내에 투입되고, 각 지점에 안내판과 현수막을 통해 시민들이 교통 통제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했다. 전단도 수십만 장을 인쇄해 배포한다. 그럼에도 이날 대구 도심의 차량정체와 불편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교통 대책이다.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들여 대책을 세우지만 완벽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대구시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할 때다. 올해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은 역대 최대 규모다. 시민 2만여 명이 대구 역사상 처음으로 분필아트 세계 기네스에 도전하기도 한다. 분필아트는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였던 대구의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고, 퍼레이드는 1981년 달구벌축제에 뿌리를 둔 대구시민들의 거리축제다.

축제는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살리고, 갈등을 씻고 하나가 되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다. 단순히 즐기는 향연(饗宴)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축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불편을 감내하는 인내와 노력도 필요하다. 축제장 코앞까지 자동차를 타고 오기를 바란다면 거리퍼레이드 축제는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다.

축제는 몇몇 관계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축제를 즐기자. 가족의 손을 잡고 대구 도심 대로를 걸어보고, 연인들이 만나 추억을 만들고, 멀리 있는 친구도 불러 대구의 진정한 모습을 함께 보면서 이날 하루를 즐겨보자.

하루 이틀 불편 때문에 이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의 모든 성공적인 축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으로 이루어졌다. 대구시민의 뜨겁고 화끈한 열정은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다. 이제 하나가 되는 일만 남았다. 축제를 즐기는 마음이다. 이젠 그럴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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