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여름 휴가, 준비하라] '인(in) 대구' 휴가족들

입력 2016-05-04 16:07:40

신재영 씨가 700만원짜리 로드자전거를 타고 계명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계명대 홍보팀 제공
신재영 씨가 700만원짜리 로드자전거를 타고 계명대 교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계명대 홍보팀 제공

김영태 씨는 10여 년 전에 구입했던 '신택리지'라는 책을 책장에서 꺼내 열심히 공부 중이다. 이 책에는 대구의 근대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10년 전에 읽고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일상에 찌들어 묵혀뒀었다. 올해는 꼭 체험할 생각"이라고 했다.

"해외에 나가서 가볍게 몇 개 나라, 도시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나고 자란 내 고장의 오랜 역사와 정취를 느끼는 점도 무척 중요할 듯해요. 단순히 경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나의 여름은 자전거와 함께-계명대 학생지원팀 신재영 씨

계명대 학생지원팀에 근무하는 신재영(35) 씨는 '자전거광'이다. 2012년 친구의 권유로 자전거 안장에 처음 앉은 뒤 인생이 변했다고 했다. "그때 친구와 함께 1박 2일 코스로 해인사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는데, 여운이 잊히지 않았어요."

이후 신 씨의 자전거 인생이 시작됐다. 한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한 뒤 매주 주말 라이딩 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고가의 자전거도 3대나 구입했다. 700만원과 250만원을 각각 들여 로드자전거 2대를 구입했고, 250만원짜리 폴더바이크도 샀다. 신 씨는 "자전거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고가의 자전거는 일단 타보면 왜 비싼지 알게 되지요. 용돈을 아껴서 샀기 때문에 집사람한테는 절대 비밀입니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자전거의 매력에 빠진 뒤부터 여름휴가만 다가오면 홀로 자전거 여행에 나설 꿈에 부푼다고 했다. 작년 여름에는 1주일 동안 대구 인근 투어를 했다. 청도 헐티재, 팔조령과 달성보에서 상주보까지 이어지는 낙동강길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단다. "대구시내도 괜찮지만 대구 주변에도 자전거도로가 굉장히 잘 꾸며져 있습니다. 휴가 때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하는 미안함도 있지만, 홀로 자전거를 타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각에 빠지는 시간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신 씨는 올해 여름휴가도 자전거와 함께 떠날 계획이다. "이번 여름에는 서해 아라뱃길을 출발해서 부산까지 돌아오는 서해안 종주를 할 생각입니다. 4박 5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600㎞쯤 되는 거리여서 주말만 되면 체력훈련을 하고 있지요."

그는 "휴가 때 거창하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구 인근은 물론 국내에서 알차게 나만의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좋다. 비용도 덜 들고, 나에게 힐링을 선물할 수 있는 일석이조"라고 제안했다.

◆내 고장의 정취를 찾아서-회사원 김영태 씨

회사원 김영태(49) 씨는 매년 한 번의 휴가는 자신을 위해 쓴다. 가족여행도 의미가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맛에 흠뻑 빠진 것이다. 책을 잔뜩 싸들고 대구 인근의 고즈넉한 절이나 휴양림 펜션에 들어가 독서만 할 때도 있고, 휴가 기간 내내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만 보낸 적도 있다고 했다.

올여름 휴가에도 김 씨는 집에 남기로 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아이와 중학교 3학년인 둘째는 엄마랑 터키에서 보내고, 저만 대구에 남기로 했어요. 더운데 먼 나라까지 가서 지치느니, 그동안 집에서 하고 싶었던 일에 빠질 생각입니다."

그래서 김 씨는 10여 년 전에 구입했던 '신택리지'라는 책을 책장에서 꺼내 열심히 공부 중이다. 이 책에는 대구의 근대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10년 전에 읽고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일상에 찌들어 묵혀뒀었다. 올해는 꼭 체험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구의 100년 전 현장을 발로 직접 걸어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즐겁다는 김 씨는 "진골목, 약전골목, 북성로, 서성로, 서문시장, 향촌동 등 근대골목 아이템이 잘 개발돼 있다. 미도다방서 차도 마셔보고 옛날의 명소들을 걸어보면서 대구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구나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가서 가볍게 몇 개 나라, 도시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나고 자란 내 고장의 오랜 역사와 정취를 느끼는 점도 무척 중요할 듯해요. 단순히 경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여름휴가 하면 가장 먼저 에메랄드빛 바다가 출렁이는 외국의 해변가를 떠올린다. 조금 더 눈을 높이면 문화유산이 가득한 유럽이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코스프레로 미국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집에서 머물며 자신만의 힐링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해외도 좋지만 '인(in) 대구'가 더 효율적이라고 외치는 휴가족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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