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사회 인식 전환 시급
# 직장인 김모(31) 씨는 지난해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했다. 임신 8개월로 출산휴가를 앞두고 있었는데 직장 상사가 과도한 업무를 부담시킨 때문이다. 업무 강도를 줄여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김 씨에게 상사는 "임신이 무슨 벼슬이냐. 별나게 유세를 떤다"며 막말까지 했다. 김 씨는 "평소에도 야근할 만큼 업무량이 많은 편이었는데 후임자 인수인계를 위해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추가 업무를 해야 했다"며 "서러웠지만 양육비 부담에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임신 4개월 차인 송모(33)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출근길이 겁난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가 아직 배가 많이 나오지 않은 탓에 한 노인에게 쓴소리를 들었고 이후 30분 가까이 서서 가는 날이 많아서다. 송 씨는 "2년 전 첫째를 가졌을 때 만삭일 딱 한 번 자리 양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몸이 많이 힘들 때는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저출산이 한국 사회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임신부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여전히 부족해 임신한 여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유난스레 아이를 챙기는 '맘충'에 대한 혐오 등으로 임신부 배려에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다들 힘든데 왜 임신부에게만 자리를 양보해야 하나" "임신해서 힘들면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는 반응부터 "임신이 혜택인 줄 알고 이용하려는 맘충 아니냐"는 식의 의견까지 나온다.
실제로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중 4명은 배려를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임산부 배려 인식과 실천수준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임산부 2천767명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임산부는 58.3%에 그쳤다. 일반인(5천764명)에게 임산부를 배려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묻자 49.2%가 '임산부인지 몰라서'라고 답했고, '방법을 몰라서'(14.1%), '힘들고 피곤해서'(8.5%)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의 배려석 확대 등 제도 못지않게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저출산 관련 정책들이 산후에 집중돼 있어 임신부들을 위한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며 "임신부 관련 지원도 주로 보건소를 중심으로 이뤄져 병원 이용 임신부들은 받지 못한다. 임신부임을 알리는 엠블럼 등을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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