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해피 먼데이

입력 2016-05-03 20:39:59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을 즐겨했다. 놀 때 잘 놀고 매사가 즐거워야 일에 의욕이 생긴다는 지론이다. 어떻게 노는 것이 잘 노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휴식과 생산성 등에 주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일과 휴식은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을 웃게 하는 경영 기법을 '펀(Fun) 경영'이라고 한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우리 기업들이 펀 경영에 눈을 뜬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그러나 이를 시도하는 직장이 늘고 새 기업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몇 해 전 LG그룹의 한 계열사는 매달 한 번씩 '펀 데이'를 지정해 호응을 얻었다. 숫자판에 화살을 던져 숫자와 사번이 같은 직원에게 휴가와 함께 상품권을 지급했다.

모든 직장에서 이런 재미가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 많은 사람이 늘 일과 책임 등 스트레스 속에서 산다. 노동법에 정한 휴가와 공휴일이 그나마 위안이다. 그런데 우리 공휴일 제도는 놀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갈린다는 점에서 문제다.

국민 휴식권 보장을 취지로 2014년 시행한 '대체휴일제'가 좋은 예다. 대체휴일제는 관공서를 빼면 의무사항이 아니다. 기업 재량에 따르다 보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상당수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반쪽 휴일' 말이 나오는 이유다. 6일 임시 공휴일 지정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런 불합리한 공휴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안 중 하나가 '해피 먼데이'(Happy Monday) 제도다. 일부 공휴일을 특정 날짜가 아닌 월요일로 지정하는 이 제도는 지난해 국회가 '국민 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어린이날과 현충일, 한글날을 대상 공휴일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통과 소식은 아직 없다. 미국은 1971년부터 노동절, 콜럼버스 데이 등을 월요일로 옮긴 '월요일 공휴일 법'을 시행 중이고, 일본도 2000년 해피 먼데이 제도를 도입했다.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은 책에서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고 주장했다. 그냥 노는 게 아니라 잘 놀 수 있는 여건을 강조한 말이다. 이번 임시 공휴일처럼 갑작스럽게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계획할 수 있는 시간과 휴식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휴식을 단순히 시간 보내기가 아니라 재충전이라고 여긴다면 공휴일 제도도 바꿀 필요가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