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표 회복세…열악한 산업구조에 탄력 못 받아
지역경제의 일부 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고용 문제에 막혀 상승 일변도로 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일하려는 구직 열기도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지역의 열악한 산업구조 환경과 취업난이 장기적 경기 회복세를 막아서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역경제에 부는 훈풍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구직급여 신규 신청 동향'에 따르면, 대구의 구직 열기가 전국에서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구직급여는 실업상태에 있는 피보험자로 일정한 자격이 있는 임금노동자가 직장을 구하는 기간 중 일부 기간에 대해 지원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구직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많을수록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의 구직급여 신청자는 1만3천622명으로 전년에 비해 363명(증가율 2.7%) 늘었다. 이런 증가율은 전국 평균(1.3%)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서울'인천은 구직 인구가 줄어드는 등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보다 대구에서 높은 구직 열기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대구의 구직급여 신청자는 지난해 1분기 1만3천여 명에서 4분기 1만 명 밑으로 떨어지다가 이번에 다시 반등한 것이다. 다소 잦아들었던 구직 열기가 1년여 만에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의 경우 올해 1분기 구직급여 신청은 1만5천628명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8.0%나 상승했다. 한 해 동안 1천155명의 신청자가 더 많아진 것이다. 경북도 지난해 1분기 1만5천여 명에 달했던 신청자가 4분기에는 1만 명 안팎으로 떨어졌으나 이번에 다시 상승한 것이다.
한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도 오랜만에 전국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수입 확대와 직결되는 구직 열기,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맞물려 돌아간다면 지역의 바닥 경제 활성화도 어렵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공시한 공동주택 가격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은 전국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구 14.18%, 경북 6.75%로 전국 17개 시도 중 3'4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대구의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해 "중소형의 장기간 물량부족과 전세난에 따른 매수전환 등으로 상승했다. 특히 혁신도시가 있는 동구지역은 인구 유입 및 수요 증가로 꾸준한 가격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고, 경북에 대해서도 "도로개통 등 지역 내 개발사업과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 전환 등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골고루 상승했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다
지역경제에 오랜만에 훈풍이 부는 듯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열악한 지역의 고용 환경과 산업 기반이 달궈지고 있는 구직 열기와 부동산 상승세를 차갑게 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중소기업청이 작성한 최근 신설법인 동향을 살펴보면 대구의 신설법인 수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동안 대구에서 새롭게 문을 연 회사의 수는 72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2%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이 6.4% 증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표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이다. 대구의 신생 회사는 지난해 1분기 784개사에서 4분기에 803개로 늘어났으나 올해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간 기업의 구직 환경이 주춤하자 혁신도시 내 공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좋은 분위기가 아니다. 지역 혁신도시에서 가장 큰 공기업으로 평가받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재정환경이 갈수록 악화돼 신규 채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기업 경영정보를 공시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대구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판매단가 및 판매물량 감소 등으로 매출액이 37조원에서 21조원으로 16조원 이상 급감했다. 이에 따라 자산규모와 당기순이익도 1년 사이 각각 4조4천억원, 1천280억원이 줄었다. 경북 김천혁신도시에 있는 도로공사도 고질적인 수익성 부족으로 부채만 5천억원이 늘었다.
고용 환경의 질적인 문제도 지적된다. 신규 고용이 서비스업에만 편중되는 반면 제조업 등에는 거의 고용이 이뤄지지 않아 재화생산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대구에서 123만 5천명이 신규 채용됐는데 이 가운데 40%가량이 모두 서비스업에 편중됐다. 상위 5위까지의 업종을 살펴보면 소매업(9.4%), 교육서비스업(8.8%), 음식'주점업(7.3%), 도매 및 상품중개업(5.8%), 육상운송업(5.1%) 순으로 서비스업과 직결된 분야였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으나 지방 고용에 대한 지원책으로는 이미 공개된 창조경제혁신센터 고용존 확대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인구의 절반과 취업자의 70%가 쏠려 있는 수도권 중심으로 기획하다 보니 지역은 빠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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