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장관까지 지낸 친박계 4선 중진 유기준 의원이 끝내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다음 달 3일 열리는 새누리당 원내내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것은 유 의원이 1호다. 유 의원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먼저 당이 화합해야 한다"며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당 아래 모두 화합할 수 있도록 내가 가장 먼저 낮추고 마음을 열겠다"고 새누리당 내 원내대표 잠재 후보 중 가장 먼저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출마 선언만으로도 당내 친박'비박 계파 간 오해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유 의원이 출마의 변을 통해 '당 화합'과 '탈계파'를 이유로 내세운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유 의원은 본인의 탈계파 주장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의 멍에를 벗을 수 없다. 그럼에도 탈계파와 당 화합을 내세우며 출마를 선언한 자체가 여전한 친박계의 자리다툼으로 내비칠 수밖에 없다.
실제 유 의원의 출마를 두고 청와대와 친박계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이 출마 움직임을 보이자 청와대는 '더 이상 친박을 팔지 말라'는 의사를 여권 핵심부에 밝혔다고 한다. 유 의원이 홍문종 의원과 친박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마치 '친박 대표'처럼 원내대표에 출마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직접 유 의원에게 '지금은 자숙할 때'라며 원내대표 출마 불가론을 제기했다지만 출마 선언을 막지 못했다.
친박'비박 간 공천 다툼을 사과하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민들에게 엎드려 사과한 것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친박 진박 비박 탈박 등 온갖 박들의 황당한 자리다툼에 식상한 국민이 여소야대로 여당을 심판한 것이 불과 보름여 전이다. 그야말로 선거 패배를 딛고 환골탈태해야 할 새누리당이 말로만 탈계파를 운운하며 다시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다시 친박 비박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26~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0%로 박근혜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거 참패 후에도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곱씹어 볼 일이다. 선거 후에도 새누리당의 행태에서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탈계파 운운하며 벌어지는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다툼도 그중 하나다. 새누리당의 반성하는 모습을 보기가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