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참나무의 죽음과 곤충 왕국
갈참나무가 죽은 뒤 곤충들이 찾아와 나무를 분해하는 과정을 조명한 책이다. 한세상을 산 갈참나무가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갈참나무를 통해 곤충들이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380컷의 사진을 곁들여 경이롭고 드라마틱한 순간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봄 햇살이 따사로워지면 갈참나무의 여린 새싹이 앞 다투어 세상으로 나온다. 흙과 낙엽, 나무껍질 속에 있던 곤충의 알에서도 애벌레들이 나온다. 풍뎅이, 노린재, 꽃매미, 선녀벌레, 진딧물이 갈참나무를 찾아와 잎과 즙을 먹고, 알을 낳는다.
여름이면 갈참나무는 풍성한 잎을 자랑한다. 서서히 봄 곤충들은 자취를 감추고, 여름 곤충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무껍질에서 흘러나온 수액 향기에 여름 곤충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쌍살벌, 파리매, 잠자리들이 갈참나무 주위를 빙빙 날아다닌다. 수액에는 당분, 아미노산, 칼륨, 마그네슘 등 여름 곤충들의 먹이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상처 난 갈참나무 줄기와 곤충들이 뚫어 놓은 구멍에 병균과 미생물이 자리를 잡는다. 물과 영양분의 통로가 막히고, 수많은 벌레들이 잎을 갉아먹으면서 광합성 작용도 약해진다. 갈참나무 잎은 타들어 가고 줄기는 메말라 간다.
나무는 쇠약해지고 어느 날 불어온 태풍에 뿌리가 뽑히고, 쓰러진다. 나무가 쓰러지자 나무속을 파먹는 수피성 곤충, 목식성 곤충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다.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곤충은 나무좀이다. 나무좀은 나무껍질 아래 기하학형 굴을 파며 나무속을 먹어 치운다. 껍질과 줄기는 서서히 분리된다.
두 번째로 도착하는 곤충은 홍날개, 털두꺼비 하늘소, 비단벌레류들이다. 이 녀석들은 나무좀보다 더 깊이 나무속을 파먹는다. 이제 나무는 더 잘게 부서진다. 세 번째로 도착한 곤충은 사슴벌레, 거저리류, 긴썩덩벌레들이다. 이 녀석들은 나무를 더 깊이 파먹고, 나무는 닭 가슴살처럼 분해된다.
그렇게 몇 해가 흐르는 동안 수많은 곤충들이 죽은 갈참나무를 찾아오고, 갈참나무는 형체도 없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거대한 갈참나무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갈참나무의 죽음에 기대어 곤충들이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갈참나무 어린잎의 봄맞이로, 어린잎에 찾아오는 큰겨울물결자나방, 뾰족가지나방, 작은주걱참나무 노린재, 원산밑들이 메뚜기들과의 분투기를 다룬다.
2부에서는 갈참나무 수액 향기에 몰려든 여름 곤충들의 이야기다. 3부는 갈참나무의 죽음과 곤충들의 왕국이 되어버린 나무이야기다. 4부는 갈참나무 분해의 주역인 톱사슴벌레, 산맴돌이거저리, 우묵거저리, 검정꽃무지들의 활동 모습이다.
5부는 갈참나무에 피어난 버섯 이야기로, 산호버섯벌레, 모라윗왕버섯벌레, 세줄가슴버섯벌레들이 등장한다. 6부에서는 갈참나무를 휘젓고 다니는 육식곤충과 기생벌의 전략 등을 보여준다. 288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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