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울림] 유승민 의원께

입력 2016-04-28 18:48:11

서울공고
서울공고'경희대(법대)'미국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졸업. 전 미 연방 변호사. 현 KBS1 라디오 공감토론 진행자

여권 대선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1위

유승민 복당하면 당에 힘 될지는 의문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공감하지만

좋은 말이라도 상대에 대한 배려 필요

조금 늦었지만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4선의 중진이군요. 선거 과정에서 그토록 어려움을 겪은 끝이니 기쁨이 오죽하겠습니까. 유 의원이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습니다. 좋은 일도 몰아서 오는가 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행복하신가요. 아니면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복잡하신가요. 후자라고 짐작해 봅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마당이니 말입니다. 서둘러 복당을 신청한 것도 어려운 당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이겠지요.

의문은 이 점에서 생깁니다. 유 의원이 복당하면 새누리당에 힘이 더해질까요 혹은 갈등이 더 커질까요. 자신 있게 답을 하실 수 있나요.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최근 유 의원에게 복당을 서두르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복당에 매달리기보다 조금 한가한 시간을 성찰의 기회로 삼으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그간 자신의 행보에 대한 성찰이 먼저여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해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화제였죠? '정체성' 시비로 공천 컷오프 명분이 된 것도 상당 부분 그에 연유하는 것이고요.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좋은 말입니다. '보수의 새로운 얼굴' 등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외친 데서 사달이 났죠. 발언의 취지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지금처럼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 인상은 필수입니다.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면 복지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를 늘리겠다는 건 진짜 허구입니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추구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노선과 정면충돌하면서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의 계기가 되었죠.

여당 의원이 대통령 뜻만을 따라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 의견만을 말하는 게 옳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유 의원처럼 여당 대표로 연설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개인과 당과 정부의 입장을 적절히 조화시켜 당을 이끌어 나갈 책임이 원내대표에게 있습니다. 허구라는 말 대신 이랬다면 어땠을까요. "지금과 같은 복지정책을 계속 추구하려면 세금을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야가 함께 진지한 논의를 통해 세금과 복지의 적정한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 의원은 세금을 올림으로써 허구를 깨뜨리지도 못했습니다. 대통령과 여당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하고 물러났습니다. 문제 제기로 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정치인은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게 정치인의 할 일입니다. '청와대 얼라' 발언도 그렇습니다. 청와대 근무자들이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다는 비판이었죠. 그것도 공감합니다. 저 역시 많은 비판을 했으니까요. 그러나 경상도 말로 '얼라'는 상대를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언사가 아닌가요? 그래서 '얼라'들이 한 치졸한 보복이 정당하단 얘기가 아닙니다. 비판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불쾌감과 갈등만 생겼다는 겁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깨끗한 그릇에 예쁜 장식과 함께 담아 놓는다면 식욕을 더 돋우지 않겠습니까. 좋은 취지의 말이라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언사를 사용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더러운 그릇에 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쓰다 보니 유 의원 비판이 되어버렸네요. 취지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아시리라 믿습니다. 선거 후 유 의원에 찬사를 보내는 의견들이 많이 나와 놀랄 정도입니다. 보수의 미래가 유 의원에게 있다는 성급한 얘기도 있더군요. 유 의원이 지금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앞으로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드린 글입니다.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죠. 대선주자 1위에 들뜨지 않고 스스로의 언행을 돌아보아 심지를 굳게 하는 것이 지금 유 의원이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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