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갑질 손님' 대응 메뉴얼 마련…"단호하게 대처"

입력 2016-04-25 15:33:13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 '토탈 헬스 케어'를 찾은 직원이 전문 상담원과 의료인에게 스트레스 지수 측정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과거 대구의 한 여성은 롯데면세점에 전화해 "남편이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명품 가방을 내게 선물했는데 이건 가짜다. 내가 디자인을 전공해서 아는데 로고와 원산지 표기가 진품과 다르다"며 항의했다.

손님이 끈질기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면세점 직원들은 판매한 상품과 똑같은 가방을 들고 대구의 손님 집으로 찾아가 "제조 시점차이에 따라 디자인이 부분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고객은 욕설과 함께 "며칠 동안 이 문제로 잠을 설쳤다. 바뀐 부분을 왜 써 놓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구를 5시간에 걸쳐 왕복한 직원들은 결국 무릎을 꿇어야 했다.

대기업 갑질 못지않은 '손님 갑질'이 심각한 가운데 감정 노동자 보호 시행령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감정 노동자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감정 노동이란 대인'대면 업무를 수행할 때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내보이는 노동을 이른다.

◆롯데그룹, '직원 마음 다치지 않게' 갑질 고객 대응 매뉴얼 발간

롯데그룹 내 롯데기업문화개선위원회가 20일 발간한 책 '당신 마음 다치지 않게'(부제: 고객과 직원이 모두 행복한 서비스 가이드)에는 롯데 계열사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 현장에서 겪은 언어(성)폭력, 완력 등 다양한 '갑질' 사례가 소개됐다. 롯데기업문화개선위는 이 책 1만 권을 고객 대응 직원과 서비스 담당 임직원에게 배포했다.

'전국 동시 60% 세일' 행사가 한창이던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TV 진열상품을 50% 할인 판매한다고 설명하던 직원에게 한 중년 남성은 히죽거리며 "그럼 아가씨도 세일하나?"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매장 고객서비스센터에서는 잘못 계산한 부분을 정정해 준 여성 직원에게 남성 손님이 "아유 예쁘기도 하지. 내 볼에 뽀뽀 좀 해 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님은 "예뻐서 그러는데 뭘 그리 놀라느냐"며 불쾌하다는 반응도 했다.

책에서 제시한 매뉴얼대로라면 앞으로 롯데 계열 직원들은 고객들의 '갑질'에 적극 대처할 전망이다.

상담'문의 과정에서 명백한 성희롱 행위가 드러나면 직원은 "업무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자제해 달라"며 단호히 대처한다. 전화 상담이라면 이런 지적에 이어 직원이 전화를 먼저 끊어도 된다.

손님이 폭력을 행사하면 직원은 책임자'안전요원, 또는 경찰서나 파출소에 신고한다. 법적 처리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한다.

아울러 이 책에는 심리적 상처를 입은 직원들이 분노, 우울감에 빠지거나 자존감을 잃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노하우도 제시됐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직원들 몸'마음 돌봄 시스템 '토탈 헬스 케어' 인기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에 마련된 '토탈 헬스 케어'는 직원 고충을 덜어주는 맞춤형 건강 지킴이 서비스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직원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혈압, 스트레스 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MBTI(마이어-브릭스 성격유형 지표)'에니어그램(성격을 9종으로 구분한 지표) 등을 활용한 성격 유형, 심리 진단 검사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헬스 케어 시스템이 도입되자 직원 사이에서 큰 반향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은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북구 정신건강증진센터와 협약을 맺고 외부 상담사와 의료진을 초빙했다. 매달 한 차례씩 출장상담소를 열고 상담원이 직접 직원들을 찾아가는 '힐링데이'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곳 힐링상담원 김정선(38) 씨는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직원들이 소모하는 정신'신체적 에너지가 상당하다. 직원들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통합적으로 돌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일대일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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