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파문 확산…누리꾼 '검찰 수사 중 뒷북 사과' 비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서울대 연구팀으로부터 유리한 내용의 보고서만 받아가고 불리한 보고서는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옥시 측이 공식 사과했지만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대학 실험에서도 충격적인 결과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2개 기관에 실험을 맡겼다. 서울대 수의과대 C교수 연구팀은 원료 물질인 PHMG의 저농도 실험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고농도 실험을 맡았다. 임신한 쥐를 활용해 PHMG가 배 속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생식독성 실험과 일반 쥐를 대상으로 한 흡입독성 실험 등 2가지 실험이었다.
C교수팀은 먼저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중간보고 형태로 옥시 측에 알렸다.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폐섬유화) 사망을 초래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동물 흡입독성 실험 결과를 뒷받침해주는 꼴이 됐다.
◆실험 보고서 중 유리한 부분만 검찰에 제출
옥시는 급히 C교수팀에 생식독성 실험과 흡입독성 실험 보고서를 각각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실험 결과들을 한 보고서에 담고 결론을 도출하는 관행에 비춰 이례적인 요구였지만 C교수팀은 이를 받아들였다. C교수팀은 흡입독성 실험까지 마무리한 뒤 옥시 측 요구대로 별도 실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PHMG가 간'신장 등에 영향을 주는 등 전신독성 가능성도 있으니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옥시는 올 1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흡입독성 실험 보고서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자발적으로 검찰에 제출했다. 먼저 나온 생식독성 실험은 수령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서울대 측에 요구해 임의제출받았다. 옥시는 흡입독성 실험 보고서가 나오기 전 연구용역비 2억5천만원 외에 자문료 명목으로 C교수 개인계좌에 수천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질병관리본부의 흡입독성 실험과 유사한 결과가 나온 KCL 보고서도 수령을 거부했다. KCL에는 약속한 연구용역비 3억원 중 잔금 1억원도 주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C교수팀의 흡입독성 실험 데이터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연구팀이 옥시의 부탁을 받고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손봤는지, 연구팀과 옥시 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옥시 불매운동 확산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래킷벤키저에 대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건이 발생한 2011년 이후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던 옥시가 검찰 수사 중에 사과문을 낸 것을 지적하며 수십 년간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온 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지역별 주부 카페를 중심으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독려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옥시는 표백제 옥시크린과 오투액션, 세탁세제 파워크린, 섬유유연제 쉐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물먹는 하마와 냄새먹는 하마 등 '하마' 브랜드, 욕실'주방에서 기름때 등을 지울 수 있는 옥시싹싹 브랜드 청소용품을 판매 중이다. 비트 제모크림과 손 세정제 데톨, 듀렉스 콘돔, 풋 케어 제품 숄, 의약품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등도 옥시가 수입'판매하는 제품이다.
일각에서는 옥시의 브랜드 파워가 만만치 않은 만큼 소비자단체와 시민이 함께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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