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독재시대 권위주의 벗고
더민주 운동권 정서 탈피 대안 제시를
국민의당 지역 패권주의 극복해야
20대 국회 3당 구도 협치 살릴 수 있어
우리나라의 정치문화에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다.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에서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많은 사람들의 예측과는 정반대로 여소야대의 결과를 가져온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과학적 수단을 동원한 여론조사는 빗나가고, 수많은 정치평론가와 정치학자들의 말은 그야말로 '썰'에 지나지 않았다. 표면에 보이는 것만으로 진단하고 예측할 수 없는 정치문화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 혁명적 사건으로 충격은 받은 것은 오만한 여당만이 아니다. 유권자들 스스로도 제3당의 출현을 포함한 여소야대의 결과를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한 신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약 70% 정도가 이 뜻밖의 결과에 만족한다고 응답은 하였지만, 국민들 스스로도 이 변화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음이 확실하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거듭 요구하고 기대했던 것처럼 "20대 국회는 확 변모된" 것이다. "20대 국회는 최소한도 19대 국회보다 나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소망이 역설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여기서 20대 총선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앞으로의 정치 전망을 예측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 선거 결과가 소위 말하는 무서운 민심의 표현인지 또 민심이 과연 무엇을 심판한 것인지는 정치평론가들에게 맡기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여소야대와 3당 구도의 정치 지형도에 국민 대다수가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협의 정치'의 가능성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협치는 3당 체제가 가져올 현실적 필연성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기 위한 당위성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일각에는 협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개발독재의 강력한 추진력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여소야대의 구도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반면, 50대 이하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구도를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시대는 강력한 추진력뿐만 아니라 타협과 융통성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정치문화의 가치가 세대에 따라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다수결에 입각한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타협과 협의를 통한 '문화적 민주주의'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 변동은 그야말로 '조용한 혁명'이다.
이러한 혁명이 결실을 거두고 국회가 협치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일하는 국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착각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첫째, 새누리당은 독재시대의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권위주의는 국민을 자신의 뜻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착각한다. 국민이라는 낱말을 가장 많이 쓰면서도 국민의 민의를 전혀 경청하지 않는 것이 권위주의다. 새누리당이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하면서도 국정 운영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의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은 저항시대의 '운동권 정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저항할 목표가 있을 땐 반대만 하면 되지만, 제1당으로 올라선 상황에서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것은 결코 이념과 정책 때문이 아니다. 국민은 여당의 반민주적 독단과 독선을 견제할 비판 세력이 필요했을 뿐이다. 국민의 선택을 지지로 착각하지 말고, 타협과 협치를 위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국민의당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 패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 결코 '새로운 정치' 때문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당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많다. 지역 정당으로는 결코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 국민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국민의당이 과연 어떤 변화와 개혁을 가져올지 궁금하다.
독재는 연속성을 추구하지만, 민주주의는 변화를 가져온다. 단절과 변화는 오직 민주주의 문화에서만 가능하다. 우리 국민은 20대 총선에서 정치문화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이런 민주적 역량을 갖춘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 정치인들도 민주주의만이 강력한 국력과 국가 경쟁력의 원천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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