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감동! 그 진리의 법칙

입력 2016-04-21 16:49:22

대구엔 공연장이 몇 개나 될까? 아마도 정확히 알고 있는 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많다. 놀랍지 않은가? 2000년도 초 국비 매칭 사업으로 전국 지자체에 공공 공연장(학교 공연시설 포함)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현재 대구에는 1천 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 8개와 그 이하 중소형 공연장 9개 등 모두 17개가 운영되고 있고, 민간 소극장까지 포함하면 수십여 개나 된다. 이 정도로 대구에는 공연을 할 수 있고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런데 시민들이 알고 있고 자주 찾는 공연장은 얼마나 될까? 또 그 많은 공연장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구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일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긴 준비 기간과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큰 규모나 장기 공연을 하는 작품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일회성 공연을 무대에 올려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에도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간다.

먼저 어떤 장르의 공연을 무대에 올릴지, 어떤 출연자를 섭외할지, 어떤 내용(메시지)을 담을지 등 사전에 협의할 것들이 많다. 또 어떻게 홍보하고 마케팅을 해야 더 많은 관람객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그리고 공연을 마치면 전체적인 결과 분석과 관람료 정산까지 챙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들은 이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그런데 왜 어떤 공연은 대박이, 어떤 공연은 쪽박이 될까? 아마도 그것은 당시 사회적 유행, 유명인 출연 여부, 잘못된 관람대상 선정, 관람료의 적절성 등등, 뚜렷하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싶다. 하지만 나는 매 공연 때마다 객석이 비어 있을 땐 '쪽박이구나' 하는 걱정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왜냐하면 공연을 일단 관람하고 나면 대부분 재미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새로운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한 색소폰 연주자가 공연 중 '여러분 매번 아는 곡만 연주하면 새로운 곡은 언제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 유명한 비틀즈의 'Let It Be'(렛 잇 비)도 당시엔 처음 듣는 곡이지 않았을까요?'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정말 맞는 말이지 않은가? 익숙하지 않은 것들 중에도 의외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것이 많은데,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기꺼이 공연장에 발걸음 하기를 꺼린다. 이것이 쪽박의 이유 중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로또의 대박을 원한다면 먼저 복권방에 들러야 하듯이, 공연의 감동을 원한다면 먼저 공연장으로 가야 한다는 진리의 법칙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알까? 우연찮은 대박 감동이 그곳에 있을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