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대구라는 밀원(蜜源)

입력 2016-04-20 20:48:29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의 지혜와 선견지명을 전하는 기록을 남겼다. 당나라 태종이 보낸 모란꽃 그림을 보고 "꽃이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내용이다. 여왕은 또 당 태종이 그림과 함께 보낸 모란 씨를 심어서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이에 놀란 아버지 진평왕(삼국사기)과 신하(삼국유사)가 향기 없음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여왕은 모란꽃 그림에 '나비와 벌'(삼국사기) 또는 '나비'(삼국유사)가 없는 것을 보고 알았다고 대답한다.

모란에 나비와 벌이 없는 것은 여왕의 말처럼 향기가 없어서일까? 양봉(養蜂)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벌과 나비는 꿀을 찾아 꽃에 몰린다. 특히 꿀벌은 꽃 속의 꽃꿀(花蜜) 따는 일이 주목적이다. 꽃꿀을 모아 벌꿀을 만들고 동시에 꽃가루(花粉)를 묻혀 옮겨 꽃이 열매 맺게 하고 씨(종자)를 남기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꿀벌은 인간뿐만 아니라 식물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을 하는 고마운 존재다. 꽃이 꿀벌에게는 꿀을 만드는 샘 즉 밀원(蜜源)인 셈이다. 따라서 모란에 벌,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 까닭은 향기보다도 꽃꿀이 없거나 적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양봉 때 모란에도 꿀벌이 찾은 사례 보고는 그 좋은 증거다.

많은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 일도 다르지 않다. 꿀벌을 불러모으는 꽃꿀을 가진 꽃처럼 사람 발길을 잡아당기는 요소가 많은 곳일수록 생동감 넘치고 활기차다. 국내 250가지 정도의 식물을 밀원으로 삼아 벌꿀을 생산하는 꿀벌이 모란보다는 꽃꿀 많은 다른 꽃을 즐겨 찾듯이.

250만 명이 모인 대구라는 도시는 어땠는가? 외부 발길을 유혹하는 그런 요소를 늘리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던가? 아마도 반대였을 것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랜 일당 독식 풍토였던 탓에 정치적 다양성이 사라졌다. 정치 편향은 도시 활력조차 떨어뜨렸다. 인구 유출 특히 젊은이의 대구 탈출 행렬은 그 결과일 것이다. 지난해 대구 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가 5.1건으로 8대 도시에서 최저 수준의 혼인율이란 기록도 그 여파일 수 있다.

다행히 4'13 총선을 통해 대구가 바뀌는 분위기로 돌아설 듯하다. 정치적으로 보다 넓은 선택과 함께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좀 더 다양해진 대구 유권자 표심은 외부 발길을 당기는 꽃꿀이 되고 밀원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번 대구 선거 결과로 대구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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