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노르웨이 뇌사자

입력 2016-04-20 19:51:19

울산서 선주감독관 근무 아이빈 씨…뇌사 판정 후 고인의 뜻 따라 신장·간 장기이식

3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노르웨이 국적의 쉘 아이빈(왼쪽) 씨와 그의 딸 엘리스 버그풀이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
3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노르웨이 국적의 쉘 아이빈(왼쪽) 씨와 그의 딸 엘리스 버그풀이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

노르웨이인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통해 한국인 3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주인공은 울산에서 선주감독관으로 일하던 노르웨이 국적의 쉘 아이빈(60) 씨. 그는 지난달 16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로 가족들에게 발견돼 119구조대를 통해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울산대병원 의료진은 가까스로 심장 박동을 살려냈지만 아이빈 씨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판정을 받게 됐다.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소견을 들은 가족들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울산대병원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가족들의 결정에 따라 뇌사판정 후 바로 수술에 들어갔으며 모두 3개의 장기(신장 2, 간 1)는 3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2개의 신장은 울산대병원에 입원 중인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간은 다른 병원의 간경변 환자에게 이식됐다. 비록 아이빈 씨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장기는 3명의 환자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한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장기를 기증한 것도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가족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기기증자에게 지원되는 장례비 560여만원도 기부했다. 울산대병원에 입원 중인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치료비로 써달라며 사회사업실로 전달한 것이다.

아이빈 씨의 딸 엘리스 버그풀 씨는 "지난 2년간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이 많아 보답을 하고 싶었다"며 "다른 분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며 아버지의 삶까지 건강히 살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장기적출 수술이 끝난 다음 날 가족들은 울산을 떠났으며 이달 1일 노르웨이에서 장례를 치렀다. 아이빈 씨의 딸은 마지막으로 그간의 감사한 마음을 담은 이메일을 병원으로 보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종수 울산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신장내과)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기증률은 현저히 낮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가 2만4천857명인 반면, 실제 기증자는 2천418명뿐이다"며 "아이빈 씨와 그의 가족들이 한국 환자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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