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도 경북, 천년을 비상하다] ⑦전문가 제언

입력 2016-04-19 22:30:06

"스토리 충만한 신도청, 경북문화콘텐츠 허브로 만들자"

경북도청 신청사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관광객 2만 명을 시작으로 3개월 만에 18만 명이 다녀갔다. 정부 공공기관이 만들어 낸 문화적 진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관광명소가 된 도청 신청사를 경북문화콘텐츠 쇼케이스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엄재진 기자
경북도청 신청사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관광객 2만 명을 시작으로 3개월 만에 18만 명이 다녀갔다. 정부 공공기관이 만들어 낸 문화적 진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관광명소가 된 도청 신청사를 경북문화콘텐츠 쇼케이스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엄재진 기자
공공기관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 런던 시청사.
공공기관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 런던 시청사.
엄마 까투리로 꾸며진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화장실
엄마 까투리로 꾸며진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화장실

경북도청 신청사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관광객 2만 명을 시작으로 3개월 만에 18만 명이 다녀갔다. 행정기관이 만들어 낸 문화적 진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지어진 공공건물로는 보기 드물게 기와지붕과 화강암으로 마감한 한옥 외형뿐만 아니라, 실내장식 하나하나에도 전통의 아름다움과 멋을 가득 담았다.

문화산업적 마인드를 가진 창의적 도정이 만들어 낸 명품 건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본격 관광철로 접어들면 연말까지는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명소가 된 도청 신청사를 경북문화콘텐츠 쇼케이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준한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장과 권기창 안동대 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의 제언을 소개한다.

◆3개월 만에 관광객 18만 명 다녀가

경상북도는 최근 7명으로 '청사운영기획팀'(TF)을 구성했다. 도청 신청사가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청사 1층에 마련된 전시장과 민원인 휴식공간 등에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입혀 다양한 관광객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함이다.

신청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수요층은 다양하다. 경북도 시'군의 읍면별 노인회와 마을 이장단, 대학생 단체와 각종 동기'동창회, 출향인 단체는 물론 산악회 등 다양한 계층이 찾고 있다. 경북도민들뿐만 아니라 본격 나들이 철을 맞아 안동 등 북부권을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까지 경북도청 신청사를 찾고 있다.

도청 신청사가 단순히 행정기관을 넘어서 관광객들에게 신도청이 가진 문화인프라를 공유하고, 관광자원화시키는 문화마케팅을 펼치는 공공기관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경북도와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포부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청 신청사는 공공기관이 문화자원이 된 첫 케이스로 손색없다. 공공기관을 문화공간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적 사례가 영국 런던 시청이다. 높이 45m, 10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외벽이 유리로 덮여 있고, 기울어진 달걀 모양을 하고 있어 '글래스 에그'(Glass egg)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20세기 스모그의 대명사였던 런던이 21세기를 맞아 '저탄소 런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친환경 원리로 에너지 절약형 건물을 탄생시켰다.

이 글래스 에그는 기술적으로 친환경을 구현하고, 유리 외벽으로 '투명 행정'이라는 가치를 건물 전체로 표현해 런던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였다. 변화의 시작은 문화적 소통과 개방에 있다. 런던 시청 한쪽에 마련된 작은 텃밭에는 채소를 심어 친환경 운동도 실천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청사를 개방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상상공간으로 명품도청, 문화도청으로

두 전문가의 제언은 이렇다.

런던 시청이 '저탄소 런던'이라는 도시 정체성을 잘 드러냈듯이 경북도청 신청사도 경북도의 문화정체성을 잘 담아내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것으로 일거양득(一擧兩得) 경북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도청이 바뀌면 일선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도지사실부터, 공연장'화장실'주차장'야외 숲까지 역발상과 창의력으로 고품격화시켜 단순히 행정기관을 넘어서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산업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철저히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고품격 콘텐츠로 다듬고 채워야 한다.

김준한 경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경상북도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많은 문화자산을 가지고 있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의 유교문화권, 포항 중심의 해양 문화권, 고령'성주의 가야문화권 등 다양한 역사의 유적이 산재해 있다. 역사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콘텐츠이고, 경북은 이러한 콘텐츠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 자원을 글로벌화시키는 첫 쇼 케이스가 도청"이라고 했다.

도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다시 경북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동이 있으면 추억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혼부부의 웨딩사진 촬영 명소로, 수십 년 전의 도 단위 문화예술 디자인 전시회 명작들을 앙코르 전시하면 수많은 후손이 감격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실버세대에게 '있는 사람, 있는 이야기로 탄생한 지역의 콘텐츠'를 선보이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도청 신청사를 놀이터로,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을 향유하는 곳으로, 문화콘텐츠를 산업적으로 디자인해 공직자들과 도민들이 행복해 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자리매김해야 한다.

도청을 지역민과 경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문화사랑방으로, 문화복지가 실현 가능한 문화콘텐츠 상상공간으로 바꿔 명품도청, 문화도청을 완성하려면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 관료사회의 한계를 넘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청 신청사, 문화산업을 이끌 수 있는 공간으로

문화산업을 견인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도청 신청사가 문화 사랑방으로, 문화콘텐츠 상상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은 결국 문화다.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인종 간 세대 간의 불통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길이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있는 사람, 있는 이야기로 탄생한 지역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콘텐츠가 흐르는 창의의 공간으로 도청을 탈바꿈시켜야 한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에게는 지역의 스토리에 기반을 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전시하고, 어르신들에게는 향수, 그리움, 정을 느낄 수 있는 감성콘텐츠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미 발굴된 수만 점의 전통문화콘텐츠들을 전시하고, 마케팅하고, 피칭하는 문화산업 비즈니스 모델로 도청을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속있는 쇼핑을 통해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른 논에 물을 대는' 역발상을 불어 넣어야 한다.

지역의 청년 인재, 실버 일자리가 문화의 물줄기를 타고, 산업으로 이어져 탄생할 수 있도록 도청을 경북문화콘텐츠를 선보이는 쇼케이스 장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혁신과 개혁을 선도했던 경북도다. 신도청시대는 옛 가치, 즉 아날로그의 자부심 디지털 첨단세상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고품격 신도청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가 진정한 역사도시다.

김준한 원장은 "환경이 바뀌면 패션이 바뀐다. 패션이 바뀌면 의식이 바뀐다. 700년 보수'꼴통'수구의 역사를 탈각하고 새로운 역사, 경북의 문화혁명 '2020 경북 알레그리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신도청을 문화산업적 상상력으로 다듬는 일은 OSMU(원소스 멀티유스) 정신의 확산임과 동시에 정부3.0을 선도하는 경북도 문화적 변화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보고 스치는 청사에서 체험'공연 등 일자리'돈이 몰리는 곳으로

이에 따라 경북도청 신청사는 문화적 소양을 높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창조공간으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이들에 따르면 화장실도 보수적, 관공서 분위기에서 벗어나 창의'창작의 공간으로, 재창조를 위한 휴식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 어린이와 학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젊은이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을 구성하고, 콘텐츠를 배열해야 한다. 도청 내 각층에 마련돼 있는 휴식공간은 창작자들의 놀이터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인포메이션, 관광안내원은 고품격과 세련된 매너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직원들의 표정도 밝게 해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친절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

제언은 이어진다. 회의실이나 사무실도 문화산업적 마케팅으로 연계한 실내디자인으로 꾸미고, 23개 시'군의 이름을 딴 회의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연과 문화를 소재로 한 표상으로 디자인해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독도실, 식당은 소통의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문화휴식공간으로 음악, 소리, 색깔 등으로 포인트를 줘야 한다.

복도는 경북의 문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갤러리화해 전통문양 디자인 공모전, 캐릭터 공모전 등 각종 공모전과 예술작품의 앙코르 전시를 통해 산업화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또, 도청 안내지도도 만화나 웹툰으로 젊은 사람들도 재미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자는 주장이다. 게다가 유치원'영유아, 청소년 등 미래세대 주역들이 기억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어른이 돼서도 다시 한 번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억의 에듀파크다.

이 밖에 실버들을 대상으로 재미나는 흥겨운 놀이마당, 농산물직거래장터를 만들어서 23개 시'군의 특산품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하는 '특산품 데이' 운영을 통해 시'군의 우수한 특산품을 홍보해야 한다.

권기창 안동대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는 "관광객들이 도청사만 보고 간다. 연계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옥의 특성을 살려 한복체험이나 한식체험 등을 통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일자리창출과 산업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목적 광장에서는 '퇴계 연가' 등 다양한 콘텐츠의 상시공연을 열어야 한다. 한 마디로 도청 신청사를 돈이 몰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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