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두 달 전 뇌출혈로 입원, 홀로 투병 중인 조성호 씨

입력 2016-04-19 22:30:06

도와줄 가족 없는데…왼팔·왼다리까지 마비

두 달 전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2천만원 가까운 빚이 생긴 조성호(가명
두 달 전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2천만원 가까운 빚이 생긴 조성호(가명'40) 씨. 성호 씨는 뇌출혈 발병 후 왼팔과 왼다리에 마비가 와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이다. 허현정 기자

두 달 전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중인 조성호(가명'40) 씨.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늘 혼자였던 성호 씨는 지금 병원에서도 홀로 투병 중이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 성호 씨는 뇌출혈이 발병한 후 화장실에 갈 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동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왼팔, 왼다리에 마비가 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앞으로 더욱 걱정인 것은 퇴원 후의 생활이다. 입원 전 회사 사무실에서 소일하며 숙식을 해결했지만 이제 그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익숙해질 때가 됐지만, 아직도 아플 때는 서러움이 몰려와요.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굴곡졌던 삶

성호 씨는 가족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까마득하다.

전라도가 고향인 성호 씨는 농사를 짓는 가난한 가정의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정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중학교 때 다른 집 농사일을 하며 생계를 도맡았던 어머니마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성호 씨를 포함한 삼 남매는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학업을 이어갔지만 얼마 안 가 학교를 그만뒀다.

삼 남매는 뿔뿔이 흩어진 채 각자 살길을 찾기 시작했고, 성호 씨는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친척들 모두 형편이 어려워서 저희 삼 남매가 오래 머물 수 없었어요. 저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서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 그냥 서울로 올라갔어요."

돈 한 푼 없이 서울로 간 성호 씨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신문배달, 공사장 일용직 등 별다른 준비 없이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새벽 다섯 시에 나가 어두컴컴해진 밤에야 퇴근하는 고된 생활이 계속됐다. 그러고도 손에 쥐는 돈은 하루에 5만원도 안 됐다. 바쁜 생활에 끼니는 거르기 일쑤였고, 어떤 날은 몸이 너무 피곤해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몸이 너무 안 좋을 때 가끔 찾아간 병원에서는 성호 씨에게 늘 정밀검사를 권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빴던 생활에 비싼 검사는 늘 미룰 수밖에 없었다.

"검사해봤자 치료비가 없잖아요. 힘들 때는 어차피 가족도 없는데 아파서 홀로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망가져 가는 건강으로 절망

지난해 초 성호 씨는 20년 넘게 한 서울 생활을 끝내고 대구로 왔다. 신문배달이나 아르바이트로는 서울의 비싼 물가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호 씨는 대구 생활이 처음인 만큼 걱정을 가득 안고 왔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신문사 지국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대표의 도움으로 사무실 청소 등 일을 도와주며 숙식을 해결했다.

그러다 두 달 전 성호 씨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동료가 옆에 있어 바로 병원으로 옮겨가 뇌혈관수술을 받았다. 몇 분이라도 늦었으면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술에서 깨어난 뒤 성호 씨는 또 한 번 절망했다. 후유증으로 왼팔과 왼다리에 마비가 온 것이다. 감각은 있지만 사력을 다해야 겨우 한 발짝 뗄 수 있었다.

2천만원이 넘는 수술비, 입원비를 보고선 더욱 힘이 빠졌다. 모두 카드대출로 메우긴 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당분간 재활치료를 하려면 일은 엄두도 못 내, 옛날에 일하던 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작은 방이라도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하지만 당장 보증금과 월세부터 막막하다.

수술 전 혹시나 싶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지만 성호 씨에게 별다른 질병이 없다고 떨어져, 현재 정부보조금 등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성실하게만 살면 생활이 좋아질 것이란 희망도 이젠 사라졌어요.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몸이 회복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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