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신 자살' 1년6월 지났지만, 아파트 갑질 여전
대학생 김모(25) 씨는 18일 오후 9시 30분쯤 수성구 지산동 한 아파트로 귀가하는 길에 소란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80대 경비원에게 마구 욕설을 하며 때릴 듯 위협하는 장면이었다. 경비원이 주차된 차를 빼달라며 자고 있던 자신을 깨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욕을 하던 남성은 결국 경비원을 밀쳐 쓰러트렸고 주변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와 말려 더 이상 사태는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은 이후에도 경비원에게 소리를 계속 질렀고 경찰이 출동한 후에도 경비원을 자르겠다며 소란을 부렸다.
'갑질'하려는 입주민들의 횡포로 아파트 경비원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경비원 분신자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경비원 인권'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아파트경비노동자 실태조사(2015년)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55명 중 입주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비원은 22%로 나타났다.
부당 처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비원의 불안한 근로조건 때문이다. 아파트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을 1년 미만의 초단기 근로계약이나 파견 형태로 뽑아 경비원이 '을'의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신적 폭력 외에도 마땅히 받아야 할 최저임금을 못 받거나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지만 약자 입장이어서 문제 제기를 거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관계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경비원 처우 개선을 위해 조례를 제정해 경제적 지원에 나서는 곳도 있다"며 "경비원 처우 개선을 위해 지자체와 고용노동부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