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고정장치 없이 이동…기내용 휠체어는 소형·수동만
대구에 사는 지체장애인 노모(35) 씨는 지난해 10월 김해공항에서 오사카행 항공기를 타는 과정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항공기 탑승 때 탑승교(보딩브리지'공항 내의 터미널 빌딩 대합실에서 항공기의 출입구와 연결되는 탑승용 다리)가 설치되지 않아 동행한 5명의 장애인과 함께 위험천만한 리프트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프트는 허리 높이 정도의 얇은 철판으로 양옆이 막혀 있을 뿐 휠체어 고정장치가 없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노 씨는 "아파트 2층 높이의 항공기 문까지 이동하는 내내 불안했고, 리프트는 화물용 운반장치보다 나을 게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시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았지만 공항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 수준이 크게 낮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경북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이하 장애인네트워크)에 따르면 공항에서의 장애인 불편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수화통역사는 물론 음성안내 서비스가 부족해 불편을 겪는다. 청각장애 2급의 정모 씨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비행기 지연안내서비스가 없어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문제가 발생해도 수화통역사가 없어 직원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저가항공사의 장애인 차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한 저가항공사가 비행기에 타려던 시각장애인에게 '탑승 중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강요하는가 하면 지난해 7월에는 저가항공을 이용하려던 장애인이 탑승거절을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의 항공기 이용 만족도(100점 기준)는 2012년 58점에서 2013년 62점, 2014년 62점 등으로 60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비장애인의 만족도 점수 72점(2014년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공항에서는 장애인 승객 응대에 관한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저가항공은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기내용 휠체어는 수동'소형 휠체어밖에 없어 남성이나 중증장애인들은 이용하기가 어려운 등 편의시설도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네트워크는 공항 불편 사례가 포함된 총 123건의 장애인 불편 사례를 모아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