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납치당했어요" 신속한 대처로 '보이스피싱' 막은 경찰관

입력 2016-04-17 22:30:02

포항 죽도파출소 이철태 경위

지난 6일 오전 9시 20분쯤 포항 북구 죽도동 죽도파출소 앞에서 한 중년 여성이 전화기를 붙들고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로 파출소 직원 이철태 경위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성은 "내 아이를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사연을 묻는 이 경위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이 경위는 메모지에 "경찰입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세요"라는 글을 적어 여성에게 건넸다. 그는 통화를 하면서 이 경위와 필담을 이어갔다. 그는 종이 위에 "아들에게 전화했는데 통화가 안 된다. 납치범들의 말대로 아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돈을 부치지 않으면 아들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적었다.

이 경위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아들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달라고 했다. 이 경위는 아들이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했다.

이 시각 아들은 야간 업무를 마치고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기에 수차례 통화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 경위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집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계속 전화를 걸어 아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결국 아들과 연락이 닿은 이 경위는 중년 여성에게 사실을 알리고 범인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계속 시간을 끌며 말을 이어가는 것을 의심한 범인이 갑자기 전화를 끊으면서 검거에는 실패했다.

이 경위는 "보이스피싱 범인들은 사전에 자녀 전화가 불통되는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나서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됐다'고 협박한다. 만약 이러한 수법의 전화가 온다면 사실 관계 파악을 떠나 먼저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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