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잘 뽑았다" 평가받은 후…대권 도전 신중하게

입력 2016-04-14 01:23:10

새누리 지지층 많아 지역구 먼저 챙겨야…대구서 野 지지율 올리면 당내 기반 확대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가운데) 당선자가 13일 밤 당선이 확실시되자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부친과 부인 이유미 씨와 함께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가운데) 당선자가 13일 밤 당선이 확실시되자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부친과 부인 이유미 씨와 함께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향후 행보가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더민주에서 험지 중의 험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여당 거물인 김문수 후보에 대승을 거두면서 단숨에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당선자의 향후 행보에 야권뿐만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섣부른 대권 행보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지역 챙기기에 방점을 둔 후 내년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분간 대구에 '올인'

김 당선자는 당분간 지역 챙기기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기 국회와 예산 국회를 거치면서 지역구 민원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것. 김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여야 협력을 통해 대구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라는 게 대구 시민의 명령"이라며 "그 명령에 순명하겠다"고 했다.

대구 세우기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는 것은 큰 차이로 경쟁 후보를 꺾었지만 수성갑의 지역적 특성상 새누리당 지지층이 훨씬 많은 탓에 섣불리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또 더민주가 여전히 친노 세력이 주류인 데다 김 당선자는 당내 기반도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당분간 지역구에 주력하면서 지역 기반 마련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대구에서 야당 국회의원을 잘 선택했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장기적으로 대구에 야당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구에서 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자연스레 야권의 주류인 호남 세력이 김 당선자에게 손을 내미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어설픈 대권 행보보다 대구에서 야당의 기반을 확대시키면 자연스럽게 김 당선자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며 "김 당선자는 이를 감안해 지역구 관리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합의 아이콘으로

내년 대선 국면이 열리면 김 당선자의 보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특히 새누리당에 맞서 야권 통합 논의가 전개되면 김 당선자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야권 상황도 김 당선자에게 불리하지 않다. 더민주가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밀리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존재감을 보였지만 야권 전체의 대표 주자로 나서기에는 더민주의 비토 그룹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야권이 통합을 두고 갈등을 겪는 시점이 오히려 김 당선자에게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김 당선자는 험지 중의 험지인 대구에서 의원 배지를 달면서 지역 구도 타파의 상징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선거 과정에서 통합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심지어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하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야권의 분열이 해결돼야 하고, 계파 정치 행태도 일소돼야 한다"며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정치를 넘어 여야가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싸울 때라도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 더 이상 지역주의도, 진영 논리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통합의 이미지를 내세워 야권 통합 국면에서 대안 인물로 전격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당선자와 친노의 안희정 충남지사, 호남 세력 등이 협력을 통해 연합군을 형성할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럴 경우 킹 또는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 김 당선자에게 주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