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제가 살던 굴을 향해 돌린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은 애틋하고 아련하다. 감수성과 인성이 형성되는 사회화초기를 보낸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와 더 넓은 활동무대를 찾아 너나없이 '서울로, 서울로'를 외쳐대 온 대한민국에선 더더욱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매년 명절 때마다 '민족대이동'이라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이유도 '갖은 이유로 지금은 떠나 있지만, 결국은 돌아갈 곳'이라는 공감대 탓이다.
그런데 치열한 선거전에선 고향을 향한 보은의 마음도 트집대상이 된다.
'당선이 되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고향발전을 위해서도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힌 '고향까마귀'가 난처한 처지가 됐다. 상대후보가 이 말의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이번 4·13 총선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 관계자는 "고향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고향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한 덕담을 상대 후보 진영이 트집잡아 권 후보를 흠집내고 있다"며 "관련기사를 출력해 유권자들에게 돌리면서 '그럴거면 고향에서 출마하지'라는 악의적인 구전홍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선거전이 피도 눈물도 없는 총력전이라지만 금도를 넘은 처사이자 최소한의 아량과 배려조차 찾아볼 수 없는 파렴치 행위다. 고향에 대한 보은의 마음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인지상정이다.
11일 분당구 보건소에서 만난 김상훈(62)씨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조급한 마음에 악수를 둔 것 같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터무니없는 비방이나 음해보다 진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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