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방음 창호 등 차별화…저렴한 임차료·역세권 지리적 장점
얼마 전 결혼한 이모(31) 씨는 신접살림을 대구 달서구의 한 원룸에 차렸다. 결혼 자금이 넉넉지 못해 아파트는 꿈도 못 꿨다. 일터와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차선으로 원룸을 택했다. 생활은 다소 불편해도 적은 보증금(3천만원)과 임차료(25만원)로 아이를 갖기 전까지 새는 돈을 막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사하고 나니 차선이 최선의 선택이 됐다. 4층짜리 원룸엔 엘리베이터가 있고, 2개의 방과 작은 거실 하나엔 방음 창호까지 완벽하게 시공돼 있었다. 이 씨는 "원룸 생활이 이처럼 안락할 줄은 미처 몰랐다. 목돈을 마련할 때까지 당분간 이사 계획은 없다"고 했다.
원룸이 진화하고 있다. 대학생이나 자취생 등 뜨내기(?) 세입자의 단골 주거공간이던 원룸이 최근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창호까지 설치하는 등 차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단골 입지인 역세권을 낀 원룸까지 속속 생겨나면서 신혼부부 등 주거 약자들의 대안 주택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텔을 완벽하게 베낀 원룸도 등장했다. 엘리베이터는 기본에다 원룸 외벽에 친환경 벽돌 마감재를 적용했고, 층간소음 완화 자재까지 사용해 신축했다. 이곳은 역세권이란 입지적 장점까지 내세워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달서구 상인역 인근 신축 원룸은 역세권과 대형마트가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시공사 성창건설 김종태 대표는 "해가 바뀔 때마다 신축 원룸에 밀려 임대료가 낮아지는 원룸을 지양하고 1, 2인 가구의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짓고 싶었다"고 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전유물(?)인 조망권을 강조한 원룸도 등장했다. 북구 태전동의 한 원룸은 전세 6천만원에 월 3만원 임차료 외에 강변 조망권을 내세우며 세입자를 찾고 있다.
원룸의 최대 취약점인 방범 기능을 강화하고 주거 편의를 높이기 위해 1층을 상가로 하는 주상복합원룸(?)도 대세가 됐다. 남구 이천동 한 신축 원룸은 가스배관을 보안용 철재로 마감했고, 원룸 4면에다 고화질 방범용 CCTV를 설치했다. 1층 상가에는 편의점과 부동산 사무실이 입점했다.
원룸의 변신은 1인 주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오피스텔과의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피스텔은 주거 편의성과 방범 면에서 뛰어나지만 최근 물량이 쏟아지면서 임대료가 원룸 정도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비용 부담이 조금 더 있더라도 오피스텔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오피스텔 공급이 단기간에 몰리면서 생존의 기로에 선 원룸이 방범과 편의성 등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오피스텔의 우위가 점쳐지지만 오피스텔을 닮았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원룸의 선전도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