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원폭 위령비 헌화는 과거 아닌 현재·미래 위한 것"

입력 2016-04-11 19: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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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의 현직 각료가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의 평화기념공원(이하 평화공원)을 방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히로시마에서의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등 다른 나라 장관들과 함께 이날 오전 히로시마 피폭의 상징인 평화공원을 찾았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으며,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의 현직 각료가 이 공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 프랑스 외무장관도 동행했다.

케리 장관 등은 피폭 당시의 참상을 전하는 공원 내 원폭 자료관을 참관하고 나서 위령비 앞에 나란히 선 채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들은 이어 일본 2차대전 패전의 상징물 격인 '원폭 돔'(옛 히로시마 물산진열관)을 방문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원폭 돔 방문은 애초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케리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1915년 4월 개관한 물산진열관 건물은 미군의 원자폭탄에 의해 돔 부분의 철골 골조와 외벽 일부만 남았다. 일본 정부는 종전 후 이 건물을 그대로 보존했고, 1996년 세계유산으로 등록됨에 따라 핵무기의 참혹한 피해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평화공원 방문에 앞서 기시다 외무상과 회담한 자리에서 "평화의 중요성과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강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없앨 수 있기를 희망하는 순간"이라고 자신의 평화공원 방문이 갖는 의미를 소개했다.

그는 또 "과거를 다시 논의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예우하지만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이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구축한 (미일) 관계의 강력함, 우리가 공유하는 우애, 우리 동맹의 강력함, 우리가 각지의 평화와 사람들을 위해 꼭 해야 할 모든 일을 되새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의 이런 발언은 그의 히로시마 방문이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 26, 27일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의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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