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꿈꿀 생각 꿈도 꾸지 말래요. 공부 못하면 도무지 꿈을 이룰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런가? 꿈이라는 건 무엇이 되어야 하는 '목표'라기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따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아닐까, 네가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꿈이었으면 좋겠어." 안산 청소년들과 꿈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었는데, 얼마 후 그중 여섯 아이 꿈들이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2주기이다. "엄마, 나를 위해서 울지 말고 엄마 자신을 위해서 우세요. 아빠, 나를 위해서 울지 말고 저 비정하고 잔인한 날들과 비굴한 거리를 위해서 우세요. 알고 싶은 것을 알지 못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세요. 살아있지만 죽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세요. 우리는 살아 있어요."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 노래가 또다시 불리겠지.
제주에서 조그만 청년 학교를 하고 있는 차여서 마침 단원고 아이들이 가고 싶었던 제주에서 한 주 앞서 진행된 세월호 2주기 행사에 참여하였다. 어떻게 애도하고 기억할까 생각하다, 제주 해녀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자 사용했던 부표(제주어로는 태왁)에다 304명의 이름을 적기로 했다. 한 사람이 한 사람 이름을 적으면서 애도하고 기도하자는 뜻이었다.
지금은 하얀 스티로폼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초록 빛깔의 유리볼을 사용하였기에 고물상을 수소문하여 태왁을 수십 개 구해 왔다. 금방 100명 이상의 이름이 새겨졌다. "전 제주에서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예요. 근데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요." 눈시울을 붉히던 그분처럼,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유난히 많았던 추모행사, "봄이 오는 게 너무 싫어요"라는 유가족의 말이 귀에 생생한 채, "우리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고요. 그리고 같이 아파하고 기억해야만 따스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어요"라는 울림이 잔잔히 퍼져 나가는 유채꽃 만발한 화창한 봄날이었다.
떴다
'부표, 떠올라야만 하는 거다. 아니 긴 한숨으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떠올라 살며시 끄덕이는 거다, 똑바로 가리키는 거다.
여기 우리가 살아야 했을 자리라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며 사랑해야 했을 봄날이라고,
둥둥 떠다니며 남은 자들에게 속삭이는 거다.
아직도 여기에 우리의 떨림이 남아, 당신들의 갈 길을 일러주고 있음을.
세월의 부표, 결코 가라앉지 않는 햇살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바다로 나아가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