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철도 3호선 조경수 고사, 이대로면 되풀이가 뻔하다

입력 2016-04-10 21:19:21

대구도시철도 3호선을 따라 도심에 심은 조경수 1만여 그루가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23일 3호선 개통을 앞두고 심은 조경수다. 불과 1년 만에 그만큼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할 지경이다. 특히 몇몇 수목은 통상적인 고사비율인 5~10% 선을 넘었다. 반송과 자산홍 같은 수종은 61~77%가 말라 죽어 당국의 관리소홀은 물론, 부실시공 의혹마저 사기에 충분하다. 이는 미덥지 못한 대구 조경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말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당초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죽은 조경수가 전체 수목의 숫자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수십만 그루에 이르는 전체 조경식물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3호선의 각 공구별로 고사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죽은 조경수가 1만여 그루에 이르자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해 이달 초 작업을 마쳤다. 도시철도본부는 또 5월과 11월 두 차례 확인점검도 할 계획이다.

문제는 땜질식 하자보수가 아니다. 조경수 고사는 공사와 함께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점이다. 3호선 밑 도로 한가운데 만든 화단에 조경수를 심을 때 그에 걸맞은 환경과 조건을 무시한 탓이다. 화단 조성 때 뿌리가 내릴 만한 토양인지 면밀한 검토 없이 돌과 자갈, 모래를 너무 많이 넣은 것이 좋은 사례다. 이는 구간별로 관리하는 각 구청의 확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구의 경우 전체 회양목 1만4천 그루 가운데 절반이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했다. 수성구 한 구간의 영산홍은 700그루 중 300그루의 성장이 지연됐고, 북구 한 구간의 덩굴식물 492그루는 모두 말라 죽었다.

따라서 고사원인 분석도 없이 죽은 나무를 대신해 또다시 조경수를 심는 덮기식 조경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고사목을 새로 심으려면 별도 사업비를 들여야 한다. 2년인 하자보수 보증이 올해로 끝나서다. 이런 조경수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닌,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일이다. 첫 시공부터 철저한 공사 감독으로 자원 낭비를 줄어야 한다. 또한, 당국이 부실시공 의혹 업체의 공사 참여 제재나 퇴출 같은 엄한 관리에 나서야 부실시공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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