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따갑고 쉬었다. 발바닥이 부르트고 따갑다. 손목이 끊어질 듯 아프다.'
총선 출마자들이라면 누구나 공통으로 느끼는 증상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유권자를 쉴 새 없이 만나다 보면 지치고 힘들기 마련이다. 하루 3~5시간을 자면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가히 '죽음의 레이스'라 할 만하다.
정치판에는 '체력 약한 정치인은 오래가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화려한 경력이나 눈부신 재능, 뛰어난 언변도 소용없다. 체력은 정신력이고 집념과 승부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오래전에 한 후보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미칠 지경이다. (지든, 이기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체력 부족을 한탄한 그분도 선거직 한 번 하고 사라졌으니 정치판의 금언이 절대로 틀리지 않은 것이다.
체력 좋은 정치인은 식욕도 왕성하다. 음식을 앞에 두고 '깨작깨작'거리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큰 정치인들은 대부분 대식가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밥을 먹을 때 엄청난 양을 먹었다. 그때가 70대 중반이었는데도 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먹었고 맛있게 먹었다. 야식은 물론이고 별미도 즐겨했다. 처음에는 '건강 체질'임을 보여주고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몸에 밴 습관이었다. 70대 중반의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영천의 한 식당에서 밥 두 공기를 단숨에 비우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어떤 정치인은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음식만 존재한다. 하나는 '맛있는 음식'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이다"는 말을 남겼다. 선거 때가 되면 점심, 저녁 자리를 두세 번씩 찾아다녀야 하는 정치인의 속성상 대식가가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체력과 식욕, 정치력은 어떤 연관 관계가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선거판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것은 '잘 것 다 자고' 선거운동하는 후보다. 특정 정당 일색인 대구'경북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일부 후보는 충분히 쉬면서 여유만만하게 선거운동을 했다. 유권자를 만나러 다니지 않고 네거리에서 지나가는 자동차에 인사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심지어 며칠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만 머문 후보도 있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데, 굳이 체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지난 선거에서 비축한 그 체력을 지역민을 위해 썼더라면 공천 파동도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힘든 선거도 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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