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eg is asleep'은 '다리에 쥐가 나다'라는 우리말의 영어식 표현이다. 대구시립예술단 예술아카데미 외국인 대상 장구 강좌를 운영하다 보면, 수업을 듣는 외국인 수강생들에게서 종종 이 말을 듣는다. 한 시간가량 장구를 앞에 두고 꼼짝없이 앉아 있다 보면 그도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구'(JangGu)를 배운다는 것이 단순히 우리나라 악기를 배우는 차원이 아님을 알았다. 수업 시간 동안만큼은 마룻바닥에 앉아서 장구를 배워야 하니 우리나라의 독특한 좌식 문화를 체험하게 되는 셈이다.
여러 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책상다리를 한다. 공간이 좁으면 서로의 무릎이나 발이 닿기도 하는 스킨십이 이뤄진다. 입식 문화에서는 그러한 살갗 접촉이 흔하지 않다. 살을 맞대야 정이 생긴다고 설명되는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매 시간 자리 열을 맞출 필요가 없다. 언제든 앉고 싶은 자리에 방석 하나 깔고 '풀썩' 앉으면 된다. 일렬로도 앉았다가 둥글게 모여 앉기도 하는 등 자리 이동이 입식보다 자유롭다. 이처럼 바닥에 앉아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첫 수업을 경험한 이후 포기하는 외국인도 종종 발생한다.
외국인 수강생들이 장구 수업에서 가장 먼저 체험하는 한국 문화는 신발 벗고 다니기이다. 수업이 이뤄지는 장소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제2예련관 3층에 있는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 연습실이다. 수강생들은 문을 열고 들어와 신발을 벗은 채 연습실 마룻바닥에 앉아야 한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양말을 꼭 신고 오라고 당부한다. 카펫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실내에서 맨발로 다니기란 가장 인상 깊은 한국 문화가 아닌가 싶다. 장구 수업 첫날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신발을 신은 채 마룻바닥을 누비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주곤 한다.
장구 수업을 통해 외국인 수강생들은 공동체 의식도 배운다. 한 학기는 보통 12주 일정으로 구성되는데, 이 기간 동안 굿거리와 자진모리 등 국악 기본 장단을 배운다. 그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반복연습이 이뤄진다. 강사는 대구시립국악단의 타악 단원이다. 그런데 수강생들은 오히려 선생님의 인내심에 감탄하며 포기하지 않고 다음 학기에도 수강하겠다고 얘기한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장구 수업은 이제 1년째를 맞아 올가을 야외공연장에서 사물놀이 연주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그렇게 시나브로 우리 문화를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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