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대안학교, 발명품 경진대회 두각 이유는?

입력 2016-04-10 15:40:40

영천 산자연중학교 市대표 출전, 지난해에도 경북 최우수中 선정

지난 1일 경북 영천에 있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폐교에서 가져온 과학
지난 1일 경북 영천에 있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폐교에서 가져온 과학'체육 등 학습 기자재를 학교로 옮기고 있다. 산자연중학교 제공

경북의 한 작은 대안학교가 어려운 학업 환경에서도 큰 결실을 이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제38회 경상북도 학생 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영천시 예선 대회에서 산자연중학교 학생 두 명이 특상을 받았다.

학생 과학발명품 경진대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하는 것으로 국내 권위 있는 발명 대회 중 하나다. 대회는 생활과학Ⅰ, 생활과학Ⅱ, 학습용품, 과학완구, 자원재활용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입상자는 생활과학Ⅱ부문에서 'ECO 카트기'를 출품한 3학년 김수민 학생과 자원재활용 부문에서 '간편'간이 뮤트(mute)기'를 출품한 2학년 권용진 학생이다.

'ECO 카트기'를 고안한 김수민 학생은 마트에서 쇼핑할 때 쓰는 카트기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카트기 바퀴에 모터 발전기를 달아 바퀴가 움직이는 만큼 전력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간편'간이 뮤트기'를 출품한 권용진 학생은 트럼펫 등 금관악기 연주자들이 조용히 연습하고 싶을 때 끝 부분을 막는 '약음기'(뮤트기)를 음료수 캔으로 만들었다. 캔으로 만든 뮤트기를 악기에 연결해 공기 진동을 줄이자, 악기 소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들 두 학생은 다음 달 열릴 경북도 대회에 영천시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영천시 대표로 선발된 3명의 학생 중 2명이 이곳 학생이다.

산자연중학교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경북 최우수중학교로 선정된 데 이어 2연패의 영예를 안게 됐다.

이번 쾌거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힘을 합쳐 일구어낸 성과이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대안학교인 산자연중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어떠한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한다. 이에 학습 기자재 등 학업을 위한 기본적인 물품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대회 결과가 발표된 지난 1일 학생들은 폐교된 인근 학교에서 쓰던 과학 실험 도구와 체육용품 등을 학교로 날랐다. 오래된 책'걸상과 낡은 뜀틀, 허들 등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소중한 물건이었다.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사는 "물건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다른 학생이 썼던 물품을 재사용하는 것은 내키지 않을 법한 일이다"며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귀한 물건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그저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한편 산자연중학교의 자연친화적 교육 여건이 알려지면서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입학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입학 상담도 하기 전에 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형편이라도 교육청으로부터 등록금, 입학금 등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영동 산자연중학교 교장신부는 "학생 수 급감으로 많은 학교들이 통폐합되는 상황에, 산자연중학교로 '교육 이민'을 오는 모습은 좋은 '교육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 당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이 이뤄져 학교 밖 청소년이 학업에 주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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