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외친 김부겸 '벽치기 유세'

입력 2016-04-07 20:44:17

아파트 단지서 벽 보며 연설, 10분 머무르며 게릴라 유세

7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의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해달라"며 '벽치기' 유세를 하고 있다.

"고산1동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지보성타운 3차 주민 여러분, 김부겸입니다!"

7일 오전 김부겸 대구 수성갑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유세 차량 위에 선 김 후보는 아파트 벽을 보고 혼자 외쳤다. 이른바 '벽치기 유세'다. 기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캠프 관계자가 "저기를 보라"며 손가락을 가리켰고, 한 주민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다른 후보들이 다 이상하게 보는 유세지요. 하지만 이게 우리 후보의 장점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청중은 한두 명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수십, 수백 명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가 주택과 아파트 구석구석을 다니며 나 홀로 외치는 게릴라형 유세로 막판 표몰이에 나서고 있다. 벽치기 유세는 김 후보의 장기다. 그가 3선을 한 경기도 군포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 벽을 보고 유세하는 선거 전략을 개발했다고 한다. 2년 전 대구시장에 도전할 때는 대구 전체를 돌아야 해 벽치기 유세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총선은 좋은 유세 방법이다. 한곳에 머무르는 시간은 약 10분, 이동 간격은 300m 남짓하다.

시장과 광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하는 유세가 '대량 판매'라면 주택가, 아파트 앞에 찾아가는 방법은 '소량 판매'다. 그래서 힘들고 더디다. "체력이 강철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후보가 "강철이 아니라 오기로 하는 것"이라고 답한 이유다.

몸이 고된 만큼 시민 반응은 좋다. 한 할머니는 "어제도 왔더구먼 오늘 또 왔네. 이번에는 꼭 안 되겠나"라며 유세 차량에서 내린 김 후보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만들며 웃는 버스 기사, "우리 애들 보여줘야겠다"며 스마트폰으로 김 후보 사진을 찍어가는 중년 여성도 있었다. 이날 김 후보 유세를 지켜보던 강정구(43) 씨는 "김부겸 씨의 도전 정신이 마음에 든다. 19대 총선 때는 아예 투표를 안 했는데 2년 전에 대구시장 나왔을 때 찍었다. 내 동네를 맡겨도 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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