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일반인 한 무대에…음악·웃음·감동 多 훔친다
음악 예능이 올봄 방송계를 뒤덮고 있다. JTBC '히든싱어'와 MBC '복면가왕' 등 기존의 인기 음악 예능에 영향을 받은 방송계 관계자들이 흐름에 맞춰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MBC가 '듀엣가요제'의 파일럿 방송을 마친 후 8일 본방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SBS는 그에 앞서 '보컬전쟁-신의 목소리' 첫 회 본방송을 한 주 먼저 끝냈다. 이어 SBS는 또 한 편의 음악 예능 '판타스틱 듀오'를 오는 17일 '일요일이 좋다'코너로 편성했다. 대국민 걸그룹 멤버 선발 오디션을 표방한 Mnet '프로듀스 101'이 지난 1일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종영했고, 같은 날 JTBC는 할머니들과 전문 래퍼들의 조화를 보여주는 '힙합의 민족'을 첫 방송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 각 방송사별로 제작하고 있는 전문 음악 프로그램 및 음악 예능의 숫자도 만만치 않은데 새롭게 가세하는 후발주자가 많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한편으로 유사 포맷을 반복시청하게 된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우후죽순 만들어지던 오디션 프로그램과 '쿡방'의 범람에 따른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신작 음악 예능을 짚어보며 각 방송사별 관련 프로그램들과 이에 따른 업계 현황을 살펴봤다.
#MBC-'복면가왕'에 이어 '듀엣가요제' 제작으로 굳히기
일단 이 글에서는 순위 및 공개 음악 프로그램이나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장르의 정통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예는 제외한다. 단,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전문성과 예능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만큼 해당 콘텐츠의 특징에 따라 일부 거론하기로 한다. 중점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음악에 집중하면서도 예능적 재미를 부각시켜 즐거움을 주는 '음악 예능'으로, '복면가왕'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복면가왕'을 론칭한 MBC는 이미 '나는 가수다'로 국내 음악 예능의 틀을 잡았던, 그 나름 이 분야에서 인정할 만한 강자다. 지난해 '복면가왕'을 내놓고 동 시간대 시청률을 장악하더니 이번에 또 한 편의 음악 예능 '듀엣가요제'를 내놓으며 위치를 공고히 하려 한다. '듀엣가요제'는 노래 좀 하는 일반인 참가자가 가수와 팀을 이뤄 듀엣곡을 소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명절 기간에 파일럿 형태로 방송돼 7%대의 시청률과 함께 호평을 끌어냈다.
#SBS-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 2편으로 전면전
SBS는 아예 2편을 동시에 내세우고 음악 예능 전쟁에 뛰어들었다. 먼저 전파를 탄 '신의 목소리'는 아마추어와 프로 가수들의 대결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포맷만 따지고 보면 MBC '듀엣가요제', 심지어 자사의 또 다른 음악 예능 '판타스틱 듀오'와 흡사하다. 시간이 지난 뒤 이 유사점 때문에 결국 일찍 탈락하는 프로그램이 생길 듯한데, 어쨌든 '신의 목소리'는 비슷비슷한 포맷에 가수들이 현장에서 미션곡을 받아 소화해야 한다는 흥미 요소를 추가해 자리 굳히기를 시도했다. 또한, 아마추어 참가자들을 일반인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선정해 다양한 인물을 투입하기도 한다. 첫 회 무대에도 가수 김조한의 상대로 개그맨 양세형-양세찬 형제가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수요일 오후 심야시간에 방송돼 4% 후반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의 올 시즌 두 번째 음악 예능 '판타스틱 듀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청한 일반인 참가자 중 실력 있는 이들을 뽑아 현장에서 가수와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듀엣가요제'와 상당히 유사한 포맷. 스마트폰 앱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또 녹화 현장에 여러 명의 예선 통과자를 모아 또 한 번 경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요소가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변진섭, 이선희, 태양 등 인기 가수들의 출연도 결정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JTBC-'히든싱어' '슈가맨' 이어 '힙합의 민족'으로 참전
'나는 가수다'가 KBS의 장수 음악 예능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어 '나는 가수다'가 사라진 뒤에도 '불후의 명곡'은 인기를 누렸는데, 그렇다고 방송계에 음악 예능 제작 붐을 일으키진 못했다.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가 식을 무렵, 새로운 형태의 포맷으로 음악 예능 제작에 대한 방송인들의 창작열을 부추긴 건 JTBC '히든싱어'였다. 연패를 기록하던 JTBC 예능 제작진의 기를 살려주고 향후 이어지는 상승세의 포문을 열어준 프로그램이 된 건 물론이고, '복면가왕'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창의적인 음악 예능의 제작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도 JTBC는 '백인백곡-끝까지 간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등 확연히 다른 포맷의 음악 예능을 시도하며 방송계 트렌드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원로급 할머니 연예인들의 힙합 도전기를 보여주는 엉뚱한 음악 예능을 내놨다. 원로배우 김영옥을 비롯해 양희경, 이경진, 국악인 김영임 등이 MC스나이퍼, 치타, 딘딘 등 래퍼들과 짝을 이뤄 무대에서 경합하는 형태다. 민망한 프로그램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첫 무대 녹화에서 할머니들과 래퍼들이 보여준 무대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라 제작진도 고무된 상태다. 1일 첫 방송에서도 할머니들의 연습과정 등이 적절한 웃음과 함께 유쾌하게 담겨 보는 재미를 높였다.
#Mnet-'프로듀스 101' 성공시키며 오디션 열기 이어가
최근 음악 관련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역시 음악 전문 채널 Mnet의 '프로듀스 101'이었다. 4%대 기록으로, 10%를 넘기던 전성기의 '슈퍼스타K'처럼 시청률 면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남긴 건 아니지만 화제성 면에서 그 가치는 상당했다. 40여 개 기획사의 연습생 101명을 모아 벌인 치열한 경합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는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으며 Mnet으로서는 다시 한 번 채널 영향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101명의 소녀들이 칼 같은 군무와 함께 '픽 미 업'을 부르는 모습은 그 엄청난 스케일에 걸맞은 반응을 불러일으켜 '프로듀스 101'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부추겼다.
힙합 오디션 '쇼 미 더 머니'도 곧 시즌5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러모로 새로운 음악스타 발굴에 있어서는 Mnet을 따라갈 자가 없다. 오디션 외에도 음악 예능이란 말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3도 7월에 방송된다.
#방송사간 경쟁-치열해진 인기가수 선점…뻔한 대결도 부정적 시선
음악 예능이 넘쳐나면서 가수들의 설 자리도 많아졌다. 또한, 음악 예능은 신곡뿐 아니라 지나간 가요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며 국내 음악의 부흥에 일조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동 시기에 가수들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방송사 간 힘겨루기. 이에 힘들어지는 건 가수들이다. 특히 '듀엣가요제'와 '판타스틱 듀오' 등 유사 포맷의 프로그램을 동 시기에 내놓게 된 MBC와 SBS의 기 싸움이 벌써부터 불꽃 튄다. 안 그래도 방송사들이 자사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인기가수 선점에 열을 올리는데 이젠 음악 예능까지 내놓고 한층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으니 가수들만 오도 가도 못하고 난감해지게 됐다.
그나마 스타급 가수나 팀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라면 여러 방송사에 '양다리 걸치기'라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각 방송사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 포맷을 내놓고 펼치는 뻔한 대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거두기 힘들다. 그렇다면 소모전이란 말이라도 나오지 않게 각자 프로그램의 완성도라도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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