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을 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
'영원한 가객' 고(故) 김광석(1964~1996)은 딸 서연이를 끔찍이 사랑했다. 까까머리 학창 시절 키가 작아 '작은 돌', '반 토막'으로 불렸고 중학교 시절 현악부에서 바이올린을 잡았다. 일기를 쓸 때면 몽블랑 펜을 즐겨 사용했고 마흔 살이 되면 할리 데이비드슨을 타고 세계 일주를 꿈꿨다.
20년이 지나도 우리 마음속의 청춘인 김광석은 여전히 낯익은 듯 새롭다.
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가 일군 뮤지션으로서의 기록과, 손때가 묻고 숨결이 스친 유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전시회가 개막됐다.
20주기를 맞아 1일부터 87일간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마련된 추모전 '김광석을 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이다.
"안녕하실 테죠? 제가 김광석입니다. 어서 오세요"란 인사와 함께 시작되는 전시는 생전 육성이 담긴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1984년 노래패 '새벽'을 거쳐 '노래를찾는사람들' 1집(1987)에 참여한 김광석은 1988년 김창기, 유준열, 박기영 등의 친구들과 '동물원'을 결성해 1집을 내놓았다.
동물원 2집까지 참여한 그는 솔로로 독립해 작곡가 김형석과 작업한 1집(1989)을 시작으로 주옥같은 명곡 퍼레이드를 펼친다.
전시에는 김광석 2집(1991), 3집(1992), 4집(1994), '다시 부르기 Ⅰ'(1993)과 '다시 부르기 Ⅱ'(1995) 등 그가 발표한 앨범의 LP와 CD, 카세트 테이프를 비롯해 자필 악보, 곡이 나온 에피소드까지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썼고, '자유롭게'는 1991년 얻은 딸의 출산 과정에서 느낌 감정을 표현한 노래라고 한다.
그는 1994년 공연 때의 육성에서 '자유롭게'에 대해 "제 딸아이를 제 손으로 받았다"며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출근을 안 해 여튼 제가 받았다. 그날 오후에 밖에 나갔는데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쉽게 안 보이더라"고 말한다.
1992년 학전블루 소극장 공연 때 육성에선 '이등병의 편지'를 부를 때면 대위로 복무하다 사망한 큰 형이 떠오른다고 고백한다.
그가 1993년 SBS에서 방송된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의 비디오판 주제가를 불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1995년 8월 학전소극장서 1천 회 공연이란 기록을 세운 순간들의 흔적도 빼곡하다.
수원에서 왔다는 여대생 김윤지(18) 씨는 "'새장 속의 친구'란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며 "내가 태어나기 전 활동한 분이지만 우연히 노래를 접하고 위로를 받았다. 육성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하니 김광석 씨에 대해 몰랐던 인간적인 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 학생증과 증명사진, 여권, 주민등록표 초본을 비롯해 주인을 잃은 기타와 하모니카, 다이어리와 메모장, 카메라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 첫머리부터 장식한 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그는 지갑 속에 딸의 사진을 넣고 다녔고 3집에선 자장가를 두 곡이나 수록하며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을 피력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예술감독 이택희 씨는 홍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화가로, 김광석의 초·중학교 동창이다. 그가 떠난 후 라이브 앨범을 제작했고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이택희 감독은 "전시를 기획한 건 친구라는 이유 단 하나"라며 "어린 시절 '절친'은 아니었지만 한 동네에서 늘 보는 친구였고, 성인이 돼서는 가까운 동네에 살며 포장마차에서 삶을 얘기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친구였다. 삶의 이야기를 덜 나눈 게 아쉽다. 내가 할 수 있는 광석이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삶을 위로받은 아티스트 22명은 자신의 작품을 헌정했다. 김광석이 1986년 고려대 앞에서 운영한 '고리 카페'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는 기타 치며 노래하는 그의 밀랍 인형이 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