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 한 요리사가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에 건너가 요리를 배우고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실력을 쌓았다. 정치가인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네가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게 된 것은 조국으로부터 혜택을 입은 것이니 조국에 돌아가서 베풀어야 한다"고 당부했고 그에 따라 그는 갓 결혼한 부인과 함께 페루로 돌아왔다.
제일 먼저 그가 할 일은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이었는데 가진 돈이 없었다. 친척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하였고 친척들은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없는 돈을 쪼개어 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힘들게 그는 작은 레스토랑을 오픈하였다. 첫날 손님은 6명이었으나 그의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의 레스토랑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결국 새로운 레스토랑을 많은 도시에 오픈하게 되었다.
그에게 요리를 통한 경제적 성공은 삶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에게 요리는 그의 꿈을 실현하는 수단이었고 레스토랑은 꿈을 함께 실현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후배들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며 후배를 키웠고 그들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겨 음식을 통해 페루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그의 꿈을 함께 실현하도록 하였다.
그는 어린이들을 찾아가 페루의 음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먹거리를 기르고 그것이 어떻게 요리로 만들어지는지 배울 수 있는 교육시설을 지어주었으며, 아이들의 부모에게 자신의 요리를 대접하고 그들에게서 가정 요리를 배우며 함께 개발한 새로운 메뉴는 요리 비법을 가르쳐준 부모의 이름을 붙였다.
그는 또 그의 레스토랑에 식재료를 제공하는 농부들과 어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어려운 점을 듣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하여 직수입 유통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그처럼 되고 싶어 하는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그가 만든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우게 했고 그의 레스토랑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 취직을 시키기도 했다.
현재,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고 어린이와 청년들에게는 우상이며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정치인들이 그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유하고 있으나 그때마다 그는 "NO"라고 거절했다. 그는 "이러한 명예가 본인에게 영광이기는 하나 중요하지 않고 음식을 통해 페루의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그의 레스토랑은 페루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서 볼 수 있으며 그가 페루에서 처음 개점했던 레스토랑의 문을 닫고, 지금은 누구나 요리를 즐기며 빈부격차 상관없이 남녀노소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오픈하여 세계적인 미식가들이 그의 식당을 찾아오도록 하고 있다.
그 요리사는 '가스톤 아쿠리오'(Gaston Acurio)이고 이 이야기는 '가스톤의 부엌'(Finding Gaston)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도 셰프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는 과연 무엇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요리를 하는 연예인? 어려워 보이는 요리를 쉽게 만드는 셰프의 능력? 얼마 전 지인을 만났을 때 그가 새로운 시민문화 조성을 위한 5개월 후의 요리 관련 행사에 'TV에 나오는 유명 셰프'를 초청하고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수입의 약 천 배를 제시하였지만 "바빠서 지방은 못 간다"고 간단하게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씁쓸히 웃었다.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가운데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스톤'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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