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자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폐지가 결정된 포스코플랜텍은 1987년 제철정비사로 출발한 회사로, 포스코의 비상장 우량 계열사였다. 한때 포스코의 핵심 계열사였지만 지금은 증시에서 퇴출되는 신세가 됐다. 9천여 명의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됐다.
◆지난해 5월 계열사 중 첫 워크아웃 신청
포스코플랜텍은 광양제철소에서 기계정비'가공 및 설비물류 제작 등을 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2011년 기준 매출액 5천975억원, 영업이익 94억원을 올렸다. 알짜기업의 꿈을 키우던 포스코플랜텍의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2013년 7월 성진지오텍에 흡수합병되면서부터다.
성진지오텍은 조선'해양 플랜트 부품 제조사였다. 철강 그룹인 포스코가 2010년 성진지오텍을 인수했을 때 과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시됐다. 게다가 인수 전인 2009년 말에 이미 성진지오텍의 부채가 5천5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무 상황이 극도로 나쁜 상태였다.
부실기업에 흡수합병되면서 포스코플랜텍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까지 맞물려 경영난에 시달렸고, 지난해 5월 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도 했다. 포스코도 포스코플랜텍 회생을 위해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2010년 성진지오텍 인수 시 1천600억원,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에 3천600억원을 투입했다.
◆경영진 비리로 부실업체에 흡수 합병
이후 '포스코 내부 비리' 수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성진지오텍은 비리의 몸통으로 떠올랐다. 특혜 인수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 수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발표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 결과를 보면 성진지오텍의 인수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인수 시 일부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이명박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있던 성진지오텍 창업주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에게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샀다. 검찰에 따르면 성진지오텍 인수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사실상 단독 추진했고, 제대로 된 경영상의 판단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은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전모 전략사업실장과 함께 인수를 밀어붙였다. 포스코의 회계 자문사와 내부 리스크 점검반에서 성진지오텍의 경영 상황이나 인수 필요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정 전 회장 등은 이사회 보고 시 이런 점을 누락했다.
◆5년간 경영권 보장 특혜
결국 포스코는 2010년 3월 사실상 인수 계약을 맺었다. 전정도 씨에게 주당 1천9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5년간 경영권 보장 조건까지 모두 들어줬다. 인수 일정이 확정된 뒤 같은 달 전 씨는 산업은행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 446만 주를 주당 9천620원에 인수했다. 포스코는 6일이 지나서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 주를 훨씬 비싼 가격인 주당 1만6천331원에 사들였다.
전 씨는 포스코에서 718억5천여만원을 받았고 이 돈으로 산업은행에 신주인수권 비용을 냈다. 주식은 5만9천220주를 더 갖고, 차익 289억원도 챙겼다고 당시 검찰은 밝혔다.
상장 폐지가 된 포스코플랜텍의 앞날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포스코플랜텍 울산 1'2공장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이 합병한 2013년 9천원대에 이르던 주가는 지난 1월 28일 매매거래 정지 당일까지 972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는 9천141명으로 2천252만8천310주(전체 주식 수의 12.45%)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플랜텍을 부실하게 만든 경영진과 최대 주주인 포스코의 잘못으로 9천여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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