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직을 구시대 벼슬로 착각
이전투구 정치판 권력투쟁에만 몰두
국가·국민 위해 능력 발휘할 수 있도록
뛰어난 사람 도울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공자가 하루는 공멸에게 물었다. "벼슬을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고, 잃은 것이 무엇이냐?" 공멸이 답했다. "얻은 건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입니다. 일이 많아 공부를 하지 못했고, 녹봉이 적어 친척을 돌볼 수 없었으며, 공무가 다급하여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공자는 같은 벼슬을 하던 복자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복자천의 대답은 달랐다.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만 세 가지나 됩니다. 배운 것을 실천하여 학문이 늘었고, 적은 녹봉을 아껴 친척을 도왔기에 더욱 친근해졌으며, 공무가 다급하지만 틈을 내니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이에 공자는 복자천을 군자라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이 고사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잃은 것을 센 공멸은 벼슬길이 고달팠으나 얻은 것을 센 복자천은 행복한 벼슬 생활을 했다는 생각도 있다. 뻔한 '공자님 말씀'이 생각난 것은 작금의 정치판 때문이다. 눈을 씻고 살펴도 정치판에서 행복해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여야 정당들의 난장판 공천 행태를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되어 눈을 부릅뜨고 쇳소리를 질러 댄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힘의 논리만이 판을 친다. 권력자의 마름이 되어 어제의 동지를 서슴없이 짓밟는다. 공부할 여유는 고사하고 친척과 친구가 적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치인들 스스로 정치판을 비열한 자들의 집단으로 망가뜨리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그래도 자발적으로 정치판을 떠나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수모를 당해도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 애를 쓴다. 자기 분야에서 나름 존경받는 사람들도 진흙탕에 뛰어들지 못해 안달이다. 국민이 보기에 얻은 것은 고사하고 잃은 것만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 정치를 (하려)하십니까?" 무엇을 얻기 위해 이전투구를 마다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다.
집히는 바는 있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직을 구시대의 벼슬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영달과 가문의 영광을 얻기 위한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여길 뿐이다. 국민과 공공에 대한 봉사로서의 공직(公職)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오른 세상의 변화에는 눈을 감은 채 오직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은 선거를 앞둔 눈속임인 것을 뻔히 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든 말든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내 편이 권력의 부스러기를 얻을 수 있는지 여부만이 관심사이다.
관중은 중국 역사상 명재상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이다. 관중과 포숙 사이의 우정을 뜻하는 '관포지교'라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탁월한 정치적 역량으로 역사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관중은 제나라 환공이 춘추시대 패자로 군림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보필을 한다. 재위 7년 만에 천하 제패의 뜻을 이룬 제 환공이 관중의 공을 치하하여 벼슬을 더 높이려 했다. 관중이 말했다. "나무 하나로 집을 지을 수 있습니까. 바다는 한 줄기 강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큰 뜻을 이루려면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관중은 자신의 벼슬을 높이는 대신 자신의 능력보다 나은 다양한 인재들을 추천했다. 후세의 추앙을 받을만한 대인배의 자세였다. 반면 소인배는 자신보다 뛰어난 자가 나라를 위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 더 두려워한다.
그래서 정치를 (하려)하는 이들에게 자문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잃은(잃을) 것보다 얻은(얻을) 것이 많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얻은 것을 세면서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는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는 자신보다 뛰어난 자가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 이들 질문에 긍정적 답을 할 수 있다면 정치를 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치를 벼슬로 안다 해도 어떠랴. 나무 하나로 집을 지을 수 없고 한 줄기 강물이 바다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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