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美 세균정 북·소련 주장 거짓"

입력 2016-03-30 20:53:02

6'25전쟁 때 미국이 북한과 중국 동북지방에서 세균전을 벌였다는 북한, 중국, 옛 소련 측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당시 중국군 측 고위관계자들의 생전 증언이 밝혀졌다.

지난 1998년 공개된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의 1953년 비밀문건들에서 소련 공산당과 정부가 이미 '미군 세균전' 주장은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중국군 측 고위책임자들의 이런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소련은 1953년 이후 '6'25 미군 세균전'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으나, 북한은 여전히 반미선전에 미군 세균전 주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중국군 역시 공식 6'25전쟁사 등에선 이 주장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정규군인 중국인민해방군의 이름만 바꾼 부대)의 의무책임자였던 워질리가 1997년 쓴 짤막한 회고록에서 미군이 세균전을 벌였다는 주장은 "가짜 경보"(false alarm)였다고 자책했다고 미국의 저명한 생화학전 전문가 밀턴 라이텐버그 메릴랜드대 국제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밝혔다.

이 회고록은 워질리가 2008년 사망한 후 2013년에야 당시 진보적 성향이던 학술지 염황춘추(炎黃春秋)에 실렸고, 이어 라이텐버그 연구원의 주선으로 지난해 4월 영어로 번역됐다.

회고록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6'25전쟁 당시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을 지낸 황커청(黃克誠)이 워질리와 대화에서 "미 제국주의자들은 조선에서 세균전을 벌이지 않았다. 이제 두 나라(중국과 미국) 관계가 나쁘지 않으니, 그 문제에 관해 계속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세균전 주장을 명확하게 철회한 것이다.

1986년 12월 사망한 황커청은 죽음을 앞두고 워질리에게 이 같은 입장을 사전을 편찬하고 있던 군사과학원 관계자들에게 전해줄 것을 당부했다.

워질리가 황커청에게 당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사과하자 황은 "그럴 것 없다. 정치투쟁이었으니. 더구나 당신은 처음부터 세균전에 관해 (증거가 없다는) 당신의 견해를 밝혔었잖나.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고 위로했다.

워질리는 "이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할 날이 올 것이다. 이제 나는 83세의 노인으로 사실을 알고 있고 현역도 아닌 만큼 꺼릴 게 없다. 1952년 세균전은 가짜 경보였다"고 회고록을 맺었다.

워질리는 그러나 황커청의 말을 전해듣고 자신을 찾아온 중국군 관계자들이 세균전 유무를 재차 확인하는 질문에 "'우리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대답했을 뿐"이라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그는 "회고록 집필 11년 전인 당시엔 '세균전은 없었다'고 명확하게 말하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모호하게 답변한 것이다. 이는 내가 오랫동안 남몰래 후회해온 일"이라고 자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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