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신문을 들춰봐야, 아니, 포털사이트 과거 기사를 열심히 검색해봐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우리 기업인 2명의 이름 석 자를 듣게 된 것은 지난주 휴가 때 들렀던 베트남 호찌민에서였다. 한 명은 경우야 어찌 됐든 실패한 기업인으로 낙인찍혔던 사람, 또 한 명은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권과 결탁해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호되게 받았던 사람이었다.
이 두 기업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해준 사람은 호찌민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청년 A씨였다. 그는 노무현 정권 당시 유명세를 탔던 박연차 회장이 이끄는 태광실업 베트남 현지법인에 다니고 있었다. A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주도해 베트남 하노이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사업(Global Young Business Manager'GYBM) 연수생 출신이기도 했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GYBM 연수를 위해 베트남에 왔고, GYBM 연수생 채용을 태광실업이 결정하면서 태광실업의 신입사원이 됐다고 했다. 하노이에서 지난해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진행된 GYBM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는 A씨를 비롯해 100명이며 이들 전원이 베트남에서 취업에 성공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A씨에게 베트남이란 기회의 땅을 소개해준 격이고, 박 회장은 A씨에게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는 취업의 문을 열어준 사람인 셈이다. 지금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업인 리스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김 전 회장과 박 회장. 그들은 이역만리 베트남에서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를 더해 내 집 마련'인간관계'꿈'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 세대, 대한민국 고학력 구직자들에게 글자 그대로 은인(恩人)이 됐다.
김 전 회장이 이끄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베트남을 비롯해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GYBM 과정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400명이 넘는 수료생이 무료로 교육을 받았다. GYBM을 통해 그 나라 언어에다 경영 지식 등을 스파르타식으로 배우고 익힌 우리 젊은이들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이 원하는 인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베트남에서의 나이키 신발 제조업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연간 5조원대 매출을 올리게 될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비롯해 비료 제조회사 설립에다 베트남 산업단지 분양까지 하고 있었다. 한때 정치 바람에 휘말렸지만 박 회장의 태광실업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가운데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박 회장의 태광실업이 현재 분양 중인 호찌민 인근 산업단지 경우, 대구 염색산업단지 입주업체를 비롯해 개성공단에서 나온 지역 기업까지 앞다퉈 달려가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우리 기업들이 만들어낼 일자리가 자꾸만 늘어가고 있는 현장이었다.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다 '일취월장'(일자리 많이 만들어 취직시키고 월급 받아 장가'시집 보내자)이라는 경북도의 올해 구호가 갑자기 떠올랐다. 고교생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머지않아 기자에게도 닥칠 일이라 생각하니 잠이 달아났다. 50'60대 지인들의 한결같은 고민이 바로 '자식이 아직 놀고 있다'는 것임을 잘 알기에 그랬다.
이불을 뒤척이다 각각 80대, 70대 나이에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일자리를 열어주고, 만들어주고 있는 김우중 전 회장과 박연차 회장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봤다. 당시엔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넘치는 조짐이 보였으리라. 그들은 이런 대한민국에서 20대에 창업했고 이를 발판으로 규모는 다르지만 해외로 나가 성공이라는 것을 맛봤다.
신문을 보니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공약으로 쏟아낸 일자리가 1천10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노년의 회장들은 이렇게 되받아칠지 모른다. '일취월장'의 꿈은 이제 밖에서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낯설고 외로운 나라에서 고약한 날씨와 싸우며 성취해야 한다는 것을. "공무원이 꿈입니다"라고 서슴없이 얘기하는 젊은이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이룰 수 없는 희망이라는 것을. 정치인만 믿어선 일장춘몽이 될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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