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여아, 엄마 곁에서 참변…대만사회 경악·분노

입력 2016-03-29 19:33:06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臺北) 시내에서 엄마와 함께 길 가던 4세 여자아이가 목이 잘려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9일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현지시간)께 타이베이 시내 초등학교 근처에서 류(劉·4세)모 양이 용의자 왕징위(王景玉·33)가 기습적으로 휘두른 흉기에 맞아 잔인하게 살해됐다.

류 양은 당시 외할아버지를 만나려고 모친과 함께 골목길을 가던 길이었다. 당시 엄마는 유모차를 밀고 있었고, 류 양은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딸과 엄마 사이의 거리는 1m 정도에 불과했다.

환구시보는 "류 양이 엄마와 함께 골목 어귀를 지나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한 남자(왕징위)가 흉기로 (류 양의 목을) 내리쳤다"고 전했다.

류 양의 엄마는 대만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에 용의자가 딸에게 접근했을 때 딸이 자전거를 인도로 올리려는 것을 도와주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양의 엄마는 "용의자가 딸을 큰 식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서 곧바로 그를 붙잡았지만, 떼어낼 수 없었다"며 주위에 도와달라고 고함치자 행인과 주변 주민들이 달려와 용의자를 제압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렸을 땐 딸이 원래 있던 곳에서 떨어진 길가에 널부러져 있었다"며 "사회가 이렇게 위험한지 상상도 못했다"고 흐느꼈다.

용의자는 주변 상점 주인 등 인근 주민들에 의해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중국 쓰촨(四川)성 출신인 용의자 아버지는 경찰에 아들의 이번 살인이 잘못된 신앙과 관련 있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용의자는 쓰촨성 출신을 죽이는 것이 자신의 혈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환상을 갖고 있었으며 류 양을 쓰촨성 출신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2년 전 경비원을 흉기로 공격한 데 이어 어머니를 공격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으며 2006년에는 마약 복용으로 체포된 적 있다고 대만 빈과일보 등이 전했다.

용의자는 범행 후에도 교도소에서 평소처럼 잠을 자고 아침 밥을 모두 먹는 등 태연하게 수감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법관에게 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대만 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애통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즉각 사회안전망 강화를 지시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인도 용의자를 비난하고 최선을 다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양의 참변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민들이 사건 발생 현장인 네이후(內湖)구 환산(環山)로에 꽃과 인형, 사탕, 카드 등을 놓아 두고서 피해 아동을 추모했다. 한 시민은 "타이베이 날씨가 이틀 연속 맑았지만, 모두가 속으로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사형제 존폐 논란도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인 국민당의 훙슈주(洪秀柱) 신임 주석은 "이래도 사형제 폐지를 주장할 것이냐"며 사형제 폐지론자들을 비판하며 12세 이하 아동 살해범을 사형 혹은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지난 2012년에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묻지 마'식 살인이 발생한 뒤 사형 집행 여론이 조성되고 사형 확정된 죄수 6명에 대한 형이 집행된 바 있다.

한편, 류양이 참변을 당한 29일 당일에도 타이베이 신베이터우(新北投) 지하철역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이 흉기를 든 남성의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이어졌다.

28세의 용의자는 이날 오후 12시30분께 경찰이 지하철역에서 흉기를 들고 서성거리는 이유를 묻자 경찰의 머리와 등, 손 등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가 행인과 다른 경찰들에 의해 제압됐다.

또 이날 오후 1시께 신베이(新北)시에서는 23세 남성이 톱으로 40대 환경미화원을 공격해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재 두 사건을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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