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작은 양식당. 딱 하나 있는 테이블에가득히 올려진 파스타와 수프, 크로켓 등을 초등학생 아이들과 부모 등 일곱 명이 담소를 나누며 즐겼다.
주말의 여느 레스토랑과 다름없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파는 음식은 보통 음식점과는 달리 특별하다. 음식에 '벌레'가 들어가 있어서다.
'빠삐용의 키친'이라는 상호의 이 식당에서는 메뚜기, 귀뚜라미와 같은 곤충을 식재료로 활용한 음식을 내놓는다. 국내 1호 '곤충 식당'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손님들 표정에는 예상과 달리 만족감이 묻어났다.
한 여성 손님은 "벌레 모양이 안 보여서 그런지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매우 고소하고 맛있었다"고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이곳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취재진이 예약하려 하자 종업원은 "4월 중순 하루만 점심시간이 비어있고, 그 뒤로는 한동안 예약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기피 대상으로 여겨진 곤충을 식용으로 즐기는 애호가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다.
이미 학계와 식품산업계에서는 머지않아 곤충이 인류의 주요 먹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단백인 데다 다른 영양소도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소고기 100g에는 21g의 단백질이 들어있지만, 같은 중량의 말린 벼메뚜기의 단백질 함량은 70g에 달한다.
열량도 적다. 쌀이나 콩의 100g당 열량이 300∼400㎉인데 비해 메뚜기, 거저리 등은 절반 수준인 100g당 140∼180㎉의 열량을 낸다.
인구 증가 탓에 식량 부족이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곤충은 훌륭한 대안 식품이면서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곤충을 '유망한 미래 식량'으로 꼽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소고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사료의 양으로 소고기 12배가량의 귀뚜라미를 생산할 수 있다. 같은 양의 식량을 생산하는 데 방출되는 온실가스도 소고기가 곤충의 100배에 달한다.
혐오의 대상이었던 벌레가 인류를 구원할 '슈퍼 푸드'로 재조명받는 것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최근 정부는 식용 곤충인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와 쌍별귀뚜라미를 식품위생법상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했다.
CJ제일제당은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식용곤충 연구에 착수했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벌레가 징그럽다는 것은 선입관일 뿐"이라면서 "친환경, 영양가 등을 떠나 맛이 굉장히 고소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식용 곤충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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