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공사에 깎여나간 문화재…영천시 "제방 안 건드려" 주장
영천 도남동 신라시대 저수지 청제(菁堤)의 여수로(물넘이길) 양쪽 암벽 부분이 정비 공사 중 깎여나가 원형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청제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152호로 지정돼 있으며 못의 축조와 수리를 기록한 청제비(菁堤碑)는 보물 제517호다. 청제는 신라 법흥왕 23년(536년)에 축조됐으며 원성왕 14년(798년)에 수리됐다. 축조 연대가 확실하고 신라 때부터 현재까지 사용 중인 저수지다.
영천시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올해 11월 5일까지 사업비 26억원을 들여 '청제 재해위험저수지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사 내용은 제방 사석 보강 및 그라우팅(틈새 메우기), 여수로 정비, 방수로 자연석 쌓기 등이다.
시는 청제 정비와 관련해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뒤 경상북도의 토공사 때 관계 전문가 입회를 조건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4일 청제 정비공사 현장에는 여수로 양쪽 암벽 부분이 깎여나가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수로 아래쪽 암벽도 일부 훼손됐으며 바닥도 원형을 잃었다. 이전의 계단식 물 흐름이나 작은 소는 흔적도 없다. 청제 안에는 물을 빼내고 농업용수 공급용 둑을 낮게 쌓았다.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여수로 부분의 암벽이 깎여나가 예전 지형이 완전히 파괴됐다. 암벽 부분은 물이 새지 않는데 건드리지 말아야 될 부분까지 건드려 원형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여수로는 시멘트 콘크리트로 돼 있었으며 제방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여수로를 원형 보존이나 이전 모습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정비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역사학계와 고고학계는 청제 정비와 관련해 경북도와 영천시에 시굴 및 발굴조사를 요청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지난 1월 "청제는 축조 연대가 확실하고 신라 때부터 1천500년 동안 사용 중인 가장 중요한 고대 저수지다. 청제에 대한 고고학적인 학술조사가 없어 정비를 계기로 시굴 및 발굴조사를 희망한다"고 했다.
영남고고학회는 지난 1월 "고대 영천의 위상과 수리시설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정비 대상구역을 중심으로 시굴 및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예산 및 소요기간 문제로 시굴 및 발굴조사는 어렵다. 여수로 철거 초기 관계 전문가 미참여 부분에 대해 공사를 중지하고 전문가 입회 후 공사를 재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청제는 저수량 52만1천t, 몽리(물 공급)면적 24.5㏊, 제방 길이 244m, 높이 12.5m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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