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재능은 어떻게 창조적으로 발전하는가?…『창조적 인간의 탄생』

창조적 인간의 탄생/하워드 가드너 지음/문용린 옮김/사회평론 펴냄

최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인공지능이 이런 속도로 발전한다면, 인간의 설 자리는 과연 남아있을까라는 공포 분위기마저 생겨났다. 실제로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전으로 5년 안에 15개 선진국에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WEF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각국은 대량실업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단순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창조력과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켰고,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냈으며, 마침내 인간을 모방한 인공지능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인간의 창조적 능력의 근원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다중지능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이다. 가드너는 10여 년에 걸쳐 인류 역사상 비범한 창조적 능력을 나타냈던 위인들의 삶과 업적을 연구하며 그들의 정신작용 비밀을 파고들었다. 모차르트, 프로이트, 버지니아 울프, 간디 등 누구나 위대한 삶을 살았다고 인정하는 4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연구 결과, 가드너는 창조적 비범한 능력을 ▷어떤 한 분야를 탁월한 수준까지 숙달하는 유형(대가형, 모차르트) ▷그 분야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다양화하는 유형(창조자형, 프로이트)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능력(내관자형, 버지니아 울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유형(지도자형, 간디)으로 나누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 밖에도 다른 유형의 비범한 능력이 있을 수 있으며, 한 사람이 몇 가지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 모두 자신의 내면을 내관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우리 모두는 진정한 의미에서 이 4가지 유형적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위대한 인물들이 공유하는 가장 큰 공통점은 그들에게 흘러넘치는 원초적인 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것들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일상에서 불가피하게 부딪히는 장애물들을 미래의 성공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비범한 인물들의 특별한 능력이라는 설명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IQ나 예'체능적 재능과 관련해 창조적 능력이나 비범성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드너는 지적 능력을 포함한 비범한 사람의 개인적 능력과 적성에 맞는 분야, 그의 업적을 인정해 주는 사회, 이 3가지 측면에서 비범성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지능 중에서 음악 지능이 탁월했던 모차르트는 자신의 가정(훌륭한 음악교사인 아버지) 및 시대적 환경(어린 연주자가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한 시대) 속에서 천재성(한번 들은 음악은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재능)을 키워나갔고, 프로이트는 대인 지능과 언어 지능, 내성 지능이 높았으며, 이러한 자신의 지적 특성을 인식하고 순수한 과학자가 아닌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천재와 대가는 분명한 목표와 청중을 갖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차르트는 유럽 사회의 고상함을 위해 그 당시에 이미 존재했던 형식의 곡을 만들었다.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청중의 반응은 음악의 성공과 그것의 단기적인 생존 가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프로이트와 같은 창조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독특한 생각들을 소개했을 때,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분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프로이트는 영원히 무명인 채로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관심 분야와 영역을 창조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평범한 재능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창조적 재능을 꽃피우기도 하고 그 재능을 잃어버리기도 하며, 개인이 창조적 능력을 키워나가는 데 있어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까지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228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