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연기 전공을 하지 않아서 연기는 술자리나 극단 생활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주진모 선배님께서 연기는 스스로 '각'(覺·깨달을 각)하는 과정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요."
2002년 스크린 데뷔 이래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대배우'에서 첫 단독 주연을 꿰찬 오달수(48)를 2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달수는 인터뷰 방식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근처에서 맥주와 안주를 사와 기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인터뷰했다. 간간이 자연스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영락없는 '대배우'였다.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한 이래 올해 연기 경력 26년차인 오달수에게 연기에 롤모델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연극인 출신의 배우 주진모(58)라고 대답했다.
"주진모 선배님은 연기뿐 아니라 배우로서 살아가는 태도를 명확하게 각인시켜준 분입니다. 제가 연극을 할 때 국립극단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배우셨어요. 그런데도 무대 밖에서 공사판 막일을 하시고 공연 시간에 맞춰서 오시곤 하셨죠. 모래가 잔뜩 묻은 등산화를 신으시고요."
'대배우'는 연극 무대에서 무명배우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영화계에서 성공한 배우 오달수의 인생역정을 보는 듯한 영화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성필(오달수)에게 영화 촬영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기회만 잡으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 같았던 스크린 데뷔는 절대 순탄치 않다.
오달수는 "내 인생과 70% 정도 비슷하다"면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내가 튀어나와서 곤혹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자신이 2000년부터 대표로 있는 극단 신기루만화경 후배 연극 배우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기는 스스로 깨닫지 않고서는 누군가 아무리 설명해봐야 못 알아듣습니다.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에서도 제 연기가 어색한 부분을 몇 군데 찾아냈어요. 왜 그런지 지금 분석이 됐거든요. 다음부터는 그렇게 안 하면 되죠. 깨닫는 겁니다. 연기는 자신이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묘미가 있어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그동안 6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신 스틸러(scene stealer)를 넘어 명품 조연으로 자리 매김했다.
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역대 한국영화 13편 가운데 오달수가 출연한 작품은 7편, 그가 현재까지 출연한 영화의 관객 수를 더하면 1억명이 넘는다. 그의 별명은 '명품 조연'보다 친근하고 멋있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천만 요정'이 됐다.
나아가 '대배우'는 오달수가 2002년 스크린 데뷔 이래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라는 점에서 그에게 더욱 의미가 큰 영화다.
"앞으로 가능하면 주연인 영화는 신중하게 선택하려고요. 이번에 몸으로 하는 고생은 없었지만,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막상 주연을 해보니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오달수는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자신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번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관객 약 100만명이 손익 분기점인 이번 영화가 손해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겸손한 바람도 피력했다.
"시사회 전날까지 노심초사하면서 불안감에 두통에 시달리기까지 했어요. 무엇보다도 영화가 편안하고 가볍게 볼 수 있게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저는 관객으로서 부담없이 영화를 보고 나온 느낌을 받았거든요. 관객 100만명 돌파가 얼마나 힘든지, 또 흥행은 제 몫이 아니란 것을 잘 알지만, 이번 영화가 손익분기점은 넘기면 좋겠어요."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