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도 특정업체의 로비를 받아 일반 방탄복을 구입해 일선 장병들에게 지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실제로 감사원이 일반 방탄복에 대해 실험한 결과 철갑탄에 그대로 관통이 돼 철갑탄에 대한 방탄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3일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전력지원물자 획득 비리에 대한 기동 점검을 벌여 11건의 문제를 적발하고, 2명을 징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전직 장성 3명, 영관급 장교 5명, 공무원 2명, 업체 관계자 3명 등 총 13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거나 수사 참고 자료를 제공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0년 11월 28억원을 들여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액체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 일선 부대에 지급하기로 했다. 철갑탄은 북한이 2006년 무렵부터 일선 부대에 보급한 특수 목적 탄환으로, 전차, 군함, 콘크리트 벙커를 관통시킬 수 있다. 그런데 육군 소장 출신으로 당시 국방부 1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A씨는 방탄복 조달 업무를 담당하면서 특정 업체로부터 '다목적 방탄복'이라는 이름의 일반 방탄복을 납품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11년 10월 성능이 입증된 철갑탄 방탄복 조달 계획을 돌연 철회하고, 이 업체에 30만8천여 벌의 다목적 방탄복에 대한 독점공급권(2천700억원 규모)을 부여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2014∼2015년 이 업체와 260억여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일선 부대와 해외 파병 부대에 3만5천200여 벌의 일반 방탄복을 지급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다목적 방탄복에 대한 실험을 한 결과 철갑탄에 완전히 관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업체가 일반 방탄복을 납품하는 과정을 보면 군에서 '총력'을 기울여 이 업체를 도와준 모양새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청탁에 대한 대가로 부인을 이 업체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3천900여만원을 받았다. A씨는 현재 퇴직한 상태이다. 또 전직 육군 영관급 장교는 이 업체에 국방부 내부 정보를 제공한 뒤 5천100만원을 받았으며 전역 이후에는 해당 업체 이사로 재취업했다. 육군사관학교의 화랑대연구소는 이 업체에 시설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고, 육군사관학교 소속 전 교수는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주고, 금품을 받기도 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4년 북한 개인화기에 관통되는 방탄복을 제공해 논란을 불러온 방산 업체와 동일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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