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내 곁 지켜준 아내, 손·발 돼주고 싶어"
두 달 전 대동맥류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이규영(가명'71) 할아버지. 평소 건강 하나는 자신 있었던 할아버지는 한 번의 큰 수술로 자신이 이렇게 무너질지 몰랐다. 아픈 몸도 걱정이지만 할아버지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다. 수술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아내도 당뇨 합병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집에 큰돈 한 번 가져다준 적 없어도 제 곁을 지켜주는 아내에게 늘 고맙고 미안해요. 건강을 회복하면 제가 아내의 손과 발이 돼주고 싶어요."
◆항상 빠듯했던 살림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둔 다복한 가정이었지만 생활은 언제나 빠듯했다. 할아버지는 남의 땅에 농사를 지어주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전국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다 20년 전 아내, 네 자녀와 함께 대구로 건너왔다. 일자리가 많은 대구에서는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할아버지 부부는 회사'아파트 경비원, 공장 아르바이트, 식당일 등 힘 닿는 대로 열심히 일했다.
"별다른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아요. 매사에 성실하고 반듯하게만 살면 행복한 삶은 당연히 따라올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는 근면 성실하게 묵묵히 일만 하면 세상에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꿈은 점차 어긋났다.
나이가 들자 부부의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결혼 후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던 자녀들도 모두 생활고를 겪었다.
할아버지 부부의 세 딸은 자동차 부품공장, 식당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지금은 생활고, 우울증, 시댁과의 불화 등으로 다들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부부가 가장 의지했던 맏아들도 마찬가지다. 공장일로 생활을 이어가다가 몇 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로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할아버지가 병상에 있어도 곁을 지키는 사람은 아내와 막내딸뿐이다.
"자식들 모두 제 젊은 시절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물려준 것이 없어 이런 상황에 놓인 것 같아 가슴이 찢어져요."
◆수술로 또 한 번 절망
자녀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할아버지는 실의에 빠져 있지 않았다. 자녀를 믿었기 때문에 형편이 나아지면 언젠가는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 할아버지 부부를 다시 절망에 빠뜨린 일이 생겼다.
한밤중 할아버지가 갑자기 숨을 헐떡였고 가슴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바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몇 분만 늦었어도 돌이킬 수 없었을 상황이었다. 12시간에 걸친 대동맥류 수술을 받은 뒤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걱정인 것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다. 수술비, 중환자실 입원비 등 각종 병원비로 2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부부는 병원비 걱정에 빠져 있을 틈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아내마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뇨가 있었던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인지 합병증으로 안구 천공이 발생했다.
할아버지는 아내가 치료를 하루빨리 받으면 좋겠지만 아내는 한사코 거절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다 나으면 그때 자신이 치료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려서다.
지금 아내는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길을 걷다가도 부딪히거나 넘어지기 일쑤다. 신호등 색깔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여서 할아버지는 병상에 누워서도 아내 걱정에 밤잠을 설칠 때가 잦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인 할아버지 부부가 한 달에 받는 지원금은 65만원 정도. 할아버지 자신의 병원비는 물론 아내의 치료비까지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내의 병이 악화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퇴원해 집으로 돌아가면 앞으로는 가족들을 위한 삶을 살 거예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