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탈락자에 비례대표 제안…"시장서 흥정하나"

입력 2016-03-21 20:42:13

새누리당이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심사에서 아쉽게 탈락한 예비후보를 비례대표 후보로 배치해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마땅한 낙천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주호영 의원(수성을)에 대해 당선권의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문제, 비례대표로 푸나?

지역구 공천심사과정에서 꼬인 매듭을 비례대표 공천으로 풀어보려는 우회전술이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효과는 미지수다. 주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21일 대구 수성을 선거구를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한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심사결과를 추인함에 따라 공식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에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주 의원을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해 억울하게 정치적 생명이 단절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 의원이 당과 불교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온 만큼 명분도 있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은 주 의원 외에도 수도권의 새누리당 강세지역에서 아깝게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전국적인 인지도를 보유한 예비후보들을 비례대표로 배치해 당의 득표 전략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21일 하루 동안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접수를 추가로 받았다. 기존 신청자가 611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박종희 공관위원은 "혹시 좋은 분이 오실까 해서 (추가) 공모한 것"이라며 "해양, 바다, 우주 관련 기술직 등이 조금 부족한 게 있어서 그런 쪽으로 범위를 넓혀 보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비례대표 추가 공모가 매우 드문 일이라는 점에서 특정인을 '내리꽂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의심을 보내고 있다.

◆주호영, 23일까지 답 없으면 무소속 출마

주 의원 측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입장이다. 선거구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정치역량을 키워온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당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역구를 앗아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 의원 역시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으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공천심사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의 해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논의를 한다는 것은 지역민의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온 저와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주 의원은 23일까지 사정 변경이 없다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구 동을의 유승민 의원과는 연대할 계획이 없고, 당선된 뒤에는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당의 공천이 무슨 시장바닥 흥정거리도 아니고 지역구 의원의 존립기반인 지역구를 앗아가면서 비례대표 자리로 무마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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