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주범 체포' 등잔 밑 어두운 벨기에 경찰

입력 2016-03-20 18:54:55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26)이 유럽 현대 역사상 가장 촘촘한 경찰 포위망을 127일 동안 따돌리고 붙잡힌 곳은 벨기에 고향 집에서 450m 거리였다.

'유럽 제1 수배범'으로 불린 압데슬람은 '등잔 밑이 어둡다'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벨기에 경찰을 피해 다닌 도주극을 4개월 동안 벌이다 고향에서 막을 내렸다.

20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AP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경찰이 압데슬람을 체포한 곳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벨기에 몰렌베이크였다.

압데슬람은 지난해 11월 13일 파리 테러 직후 승용차를 타고 벨기에로 도주하는 동안 경찰의 검문을 받았지만, 유유히 통과했으며, 이후 그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경찰의 대대적 수색에도 4개월간 잡히지 않자 압데슬람이 시리아나 모로코로 달아났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벨기에와 프랑스 경찰은 지난 15일에서야 그의 행방을 추정할 수 있었다. 당시 경찰은 벨기에 남부 포레스트 지역에서 의심스러운 아파트를 순찰하다 운 좋게 실낱같은 단서를 건졌다.

경찰은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로 의심한 이 아파트에 가스와 전기 등 공공요금이 몇 달째 나오지 않아 비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경찰은 아파트 문을 열자마자 테러리스트들이 총을 쏴 댈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6명으로 구성된 이 경찰팀은 현장에서 용의자 1명만 사살했으며, 지붕을 타고 도망친 다른 2명은 붙잡지 못했다.

도주자 가운데 압데슬람은 없었지만 경찰은 아파트 현장에서 압데슬람이 여전히 벨기에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압데슬람의 지문이 묻은 유리잔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경찰의 수사망은 포레스트에서 뻗어 가면서 마침내 압데슬람의 고향인 몰렌베이크까지 이를 수 있었다.

경찰은 압데슬람의 이전 거주지로부터 450m 정도 떨어진 한 아파트를 주목했다.

잠복근무를 통해 이 아파트에서 생각보다 많은 피자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파트를 급습했고 현장에서 압데슬람을 생포했다. 그를 숨긴 3명도 체포됐다.

4개월 만에 검거한 경찰은 압데슬람을 숨겨 준 주변 인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얌 얀본 벨기에 내무부 장관은 "초반에 조력자가 몇 명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잡고 보니 압데슬람을 도와준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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