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과잠<학과 점퍼>' 대학생 교복?

입력 2016-03-20 16:45:12

소속감 높여 과·동아리 단체 맞춤, 야구점퍼 스타일 환절기에 유용

대학생들에게 학과 점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계명대학교 학생들이 대학 로고가 새겨진 야구점퍼를 입고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학생들에게 학과 점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계명대학교 학생들이 대학 로고가 새겨진 야구점퍼를 입고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17일 점심 무렵, 경북대 북문 주변에 있는 학생들 중 비슷한 옷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몸통은 벽돌 색깔부터 분홍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깔의 모직 천으로 돼 있고 팔은 가죽으로 돼 있는 야구점퍼였다. 이 점퍼의 팔에는 경북대의 심벌 마크가, 왼쪽 가슴 부분에는 대문자 'K'가, 등에는 영어로 'KYUNG

POOK UNIV'라는 글자와 학과 이름 등이 박혀 있었다. 학생들은 이 야구점퍼를 '과잠' 또는 '학잠'이라고 불렀다. 한 학생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아침저녁으로 추운 봄 날씨에도 맞고 그 나름 스타일도 괜찮다고 느껴 과잠을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대학생들 사이에서 '과잠' 또는 '학잠'이라 불리는 야구점퍼가 유행하고 있다. '학과 잠바(점퍼)'를 줄여 부르는 말인 과잠은 등판에 대학과 소속 학과의 이름을 자수나 패치워크 등으로 새긴 야구점퍼를 이른다. 대학생들이 앞다투어 입고 다니는 통에 대학가를 지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과잠'을 입은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과잠'이 유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속감 때문이다. 등판에 학교와 학과 등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과잠'은 요즘 대학생들이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임유미 계명대신문 학생기자는 "디자인도 예쁘고 등판에 대학, 학과 등도 적혀 있기 때문에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과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야구점퍼 형태의 옷은 대학생들이 많이 입는 캐주얼 스타일의 옷들과 쉽게 맞춰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등교할 때 옷을 고르는 수고도 덜어준다. 그 덕분에 학과에서 과잠을 신청하면 신청률이 90%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학과에서 만든 것과 동아리에서 만든 것 등 2벌 이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잠의 가격이 학생들에게는 은근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잠의 가격은 대개 4만~5만원 사이다. 만약 동아리 단체 점퍼까지 맞추는 경우에는 2벌에 10만원 가까운 돈을 써야 하고, 일부 학과는 학생회비에 과잠 비용을 포함시켜 학기 초에 금전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부 학생들은 이 때문에 과잠 구입을 망설이기도 한다. 한 신입생은 "만약 학교를 다니다가 반수라도 해서 다른 대학에 가게 되면 내가 구입한 과잠은 쓸모가 없어진다"며 "이 때문에 과잠 구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과 학생회에서 과잠 비용을 부풀리거나 구입을 강요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어 또 다른 대학 사회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경일대는 아예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과잠을 무료로 지급했다. 경일대 관계자는 "신입생들에게 과잠을 무료로 나눠준 데에는 단체복 제작 비용을 부풀리거나 구입을 강제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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