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장 드라마 찍는 새누리당

입력 2016-03-18 20:25:51

새누리당 공천 파동이 갈수록 막장 드라마처럼 흘러가고 있어 정말 눈꼴사납다.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TV나 회의에 나와 상대에 대한 살기 어린 비난과 막말을 주고받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 아무리 친박과 비박으로 나눠 대립한다고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나 품위조차 없이 오직 상대방을 찍어누르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 시정잡배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18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 간의 공방은 증오와 적대감이 가득한 당내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를 해체하라. (이런 공천은) 독재정권에서나 있던 일"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부터 해체하라. (김 대표가) 공관위를 원격조정하고 있으니 용납할 수 없다"며 반격했다.

당 대표가 공천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공관위를 해체하라고 요구한 것이나 친박계 좌장이 공천 의결을 가로막는 최고위부터 해체하라고 반박한 모습은 속된 말로 '콩가루 집안'의 전형이다. 이처럼 상대에 대한 원한을 증폭시키는 데에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거친 언사와 오만불손한 행동이 한몫했다. 이 위원장은 16일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의 결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바보 같은 소리'라고 받아쳤다. 공관위원장이 화가 났더라도 당 대표에게 '바보' 운운했다는 것은 정말 수준 이하의 언사다.

이 위원장은 지난 7일 최고위에 참석한 후 "앞으로 부르지 마라. 처음이니까 예의 차원에서 하는데…"라고 큰소리쳤고, 10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회동설을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정신 차리세요" "기자들이 왜 이렇게 바보같냐"라며 막말을 했다. 이 위원장은 친박계와의 교감 하에 비박계를 정리하는 역할을 했지만, 저급한 언행으로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있다는 시중의 평가가 나온다.

18대 총선 때에도 친이계와 친박계의 공천 싸움이 있었지만, 집권 여당 지도부에서 이처럼 파열음을 낸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도 양측을 중재할 세력이나 갈등 해법을 내놓을 인물이 전무하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총선 과정이나 총선 후에도 싸움질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새누리당을 지지해온 대구경북 사람들은 이들의 행태를 보고 허탈해한다. 새누리당이 총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싸움은 하더라도 최소한의 품위나 예의만은 지켜야 한다. 제정신을 가져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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