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쓴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주는 시'(與隋將于仲文詩)의 일부분이다. 15일 끝난 세기의 바둑 대결을 보면서 알파고에 대해서도 이런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슈퍼 컴퓨터로도 모두 계산하기 힘들다는 바둑의 수를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여 인간을 꺾은 오묘한 계획은 하늘의 이치에 닿았노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4대 1로 천재기사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이 기계 대표로 출전한 알파고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수만 번의 계산을 통해 판단하고, 대국을 진행함에 따라 스스로 학습까지 가능한 컴퓨터의 등장을 지켜본 순간이었다. 알파고를 계기로 눈부시게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을 목도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부문의 권위자인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김 교수는 말했다. "여기 계신 40, 50대 이상의 어른들은 가장 행복한 세대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컴퓨터를 모르고 자랐지만, 현재 모든 디지털 기기들을 활용하며 잘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인간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상용화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자녀들, 즉 지금의 10대, 20대들은 직업을 두고 기계와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2040년쯤이면 인공지능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되면 인간의 50% 정도가 직업을 뺏기게 될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기계는 인류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미래의 세계는 혁명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의사나 법관, 회계사처럼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직업까지 컴퓨터가 대신하게 될 날이 올 것이란다. 실수는 점점 줄어들고 보다 완벽한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두려움이 더 앞선다.
'알파고의 아버지'라는 데미스 허사비스의 결의에 찬 모습을 보면 '범용학습기계'도 곧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허사비스가 말한 대로 어떤 정보가 들어와도 인간처럼 학습이 가능한 기계가 현실화되고, 그 기술이 극한으로 고도화된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우리가 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에서나 보았던 세계가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평범하게 양복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든 채 출근하는 길거리의 남자, 예쁜 원피스를 입고 길을 가는 여자,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일하고 웃고 울고 먹고 자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모든 일상의 실체가 사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인 매트릭스의 세상. 혹은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능가하는 완력과 지능으로 무장, 인간 세상을 파괴하는 일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그 기계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고 나서도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은 것처럼.
그런 극단적인 상상을 하지 않더라도 구글로 대변되는 기술 문명의 명암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구글은 현재 인터넷, 스마트폰 분야뿐 아니라 생활의 모든 방면을 장악해가고 있다. 가히 구글제국이라 할 정도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어떤 문명의 이기도 이제 구글을 빼고는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언젠가 구글이 인간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간섭하게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기우일까. 인공지능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전, 윤리적인 문제까지 검증해야 하는 이유이다. 어느 정도의 선에서 멈추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에게 경고했던 것처럼.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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