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여파로 온 나라가 들썩댄다. 미래창조과학부 내에 인공지능 전담팀까지 만들어졌고 '지능정보기술연구소'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알파고는 이 나라의 미래 산업 개발 계획의 많은 부분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냉정한 매의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방향을 잘못 잡아 연구비만 공중에 날려 버린다면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병의 진단, 법, 주식, 장난감이나 게임, 위험하거나 정교한 산업분야, 자동차, 우주선 등과 같은 무인 운항 시스템, 전화나 온라인 산업, 음악 등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의 가장 현실적인 우려는 미래 일자리를 위협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계 조작과 관련한 직업, 생산직 등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군도 있지만 산업 양식이 변하는 만큼 다른 직업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우리의 생활 방식도 맞춰서 변화한다. 지금까지 역사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렇게 흘러간다. 다만 기술의 발달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어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무엇이든 예측할 수 없을 때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잘 만들어진 대비책이다. 생활상의 변화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기술연구소를 서두르는 만큼이나 변화에 대비도 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대국을 통해 데미스 허사비스의 최종 목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허사비스가 말했다. "범용학습기계를 개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범용학습기계'라고 하면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인지신경과학자의 입장에서는 온몸이 오싹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다. 현재 알파고는 어떤 수를 둘까 스스로 판단하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평가까지도 가능하다. 이러한 통찰력과 피드백은 바둑을 연습하면 할수록 정확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엄청난 능력이다. 그런데 허사비스는 바둑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가 들어와도 인간처럼 학습이 가능한 기계를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좋은 곳에도 이용될 수 있지만 얼마든지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
허사비스가 범용학습기계를 만들게 되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어느 누구도 따라잡기 힘든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허사비스가 프로그래밍 기술과 인지신경과학을 통해 넓은 시야로 인공지능에 접근하고 있고 그의 주변에 있는 풍부한 인적 자원과 경제적 지원 또한 선진국의 원활한 학제 간 협업 환경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빨리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제 윤리 문제도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카이스트 강연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그의 목표는 범용학습기계이다. 지금 허사비스 마음에는 야망과 윤리 두 역설적인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는 피상적인 의견 피력이 아닌 구체적인 논의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무한한 상상으로 시작된 인공지능이 상상 이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미래 산업 계획을 세우고 보강할 때 더없이 신중해야 한다. 곁다리 인공지능만 하다 보면 결국 범용학습기계가 등장할 때 상대할 방법이 없다. 산업이 다 잡아먹힐 수도 있다. 제대로 연구하지 않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무작정 인공지능 붐을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특화된 산업을 이끌어 나가되 범용학습기계가 등장했을 때 방어할 수 있는 기반도 있어야 한다.
이제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무엇을 가르쳐줬는지 조심스럽게 고민할 시점이다. 이세돌 9단은 한국이 보유한 훌륭하고 천재적인 바둑기사이다.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 알파고는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고 또한 인간이 기계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사실 무의미하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승부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이러한 기계를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범용학습기계는 핵폭탄급의 산업혁명을 몰고 올 수 있다. 인간의 승부욕을 자극시키고,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반응을 내놓게 만든 허사비스와 구글. 우리에게는 그들이 가져간 만큼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시키고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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